한국수력원자력이 양수발전소 신규 건설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영동양수 1·2호기가 착공에 들어갔고 합천, 영양양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다. 2011년 예천양수발전소 준공 이후 14년 만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국내 최대 발전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 중이거나 건설 준비 중인 양수발전소는 총 5개 프로젝트다. 약 8조6000억원 규모로, 그간 침체됐던 양수건설 생태계에도 활력이 돌 전망이다.
국내 8번째 양수발전소가 될 영동양수 1·2호기는 2030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36년 6월 준공 예정인 영양양수 1·2·3·4호기까지 순차적으로 전력망에 투입되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간헐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수발전은 전력 수요가 낮을 때 하부 댐의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한 후 전력 수요가 높을 때 물을 하부 댐으로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풍력 및 태양광발전의 단점을 보완하고, 폭염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시 5분 이내 기동할 수 있어 광역 정전 등의 대규모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운영 중인 청평양수 등 7개 발전소와는 다르게 현재 건설 중인 영동양수 발전소부터는 물을 끌어올릴 때에도 출력 조절이 가능하고, 응답 속도가 매우 빠른 '가변속식 설비'가 도입된다.
또한 원천 설계기술이 부재한 국내 양수 산업계 현실을 고려해 계약 시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간 컨소시엄을 의무적으로 구성하게 해 기술이전율을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는 해당 업체와 협력업체에도 일정한 일감을 제공할 수 있게 돼 향후 국내 양수설비 산업계의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수발전소 건설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높은 찬성률(영양양수의 경우 약 97% 찬성)을 기반으로 건설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합천양수와 영양양수 사업의 경우 건설 지역 선정 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부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양수발전소 건설에 적합한 지역 우선순위를 정했다.
순위별로 지자체의 희망 조사를 통해 자율적으로 유치함으로써 높은 지역 수용성을 확보했다. 그 결과 2023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신규 양수 사업자 선정 심사에서 합천과 영양이 각각 우선사업자와 예비사업자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설 지역에는 특별지원금, 기본지원금 및 사업자 지원금 등 풍부한 혜택이 주어져 지역과 한수원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수원이 경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신규 양수 건설 예정 지역에 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산출한 결과, 생산 유발 효과 약 1조원, 소득 유발 효과 약 3000억원이 예상되는 등 건설 지역의 경제 활성화 및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혜택은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고령화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 등 지역사회의 고민을 덜어주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줄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