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22 09:57:55
하청 인력 6명 투입 첫날 참변…산업 현장 고질병
경북 청도에서 경부선 안전 점검을 위해 철로 주변을 이동하던 중 열차에 치여 숨지거나 부상한 근로자 7명 가운데 5명이 20∼30대 청년 노동자로 나타났다.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위험 현장에 내몰린 청년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변을 당하는 산업현장의 고질적 병폐가 되풀이됐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경찰,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벌어진 열차 사고 피해자 7명 가운데 1명은 원청인 코레일 소속이고 나머지 6명(사망 2명·부상 4명)은 구조물 안전 점검을 전문으로 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이들은 코레일 요청에 따라 당초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철도 주변 사면 점검 과업을 서둘러 수행하기 위해 급조된 팀으로, 현장 투입 첫날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3년 전 코레일에 입사한 A(29)씨는 지난 7월 시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구본부 시설처로 파견됐다가 한 달여 만에 사고를 당했다.
하청업체 소속 6명 가운데 20∼30대 작업자는 4명으로 일반 직원 2명과 과업 수행 시 열차 접근 감시 등 업무를 담당할 아르바이트생 2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추가 과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다른 지역 터널·교량 점검 업무를 하다가 합류한 인원이다. 또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 2명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30대 직원들이다.
해당 하청업체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이 추가 점검해야 할 시설물 위치를 몰랐기 때문에 당시 코레일 직원 1명이 현장에 동행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상대적으로 현장 경험이 적은 A씨가 하청업체 직원 관리를 담당하도록 한 코레일 측 지시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노조에서 오래 전부터 사측에 요구했던 것이 최소 5년 이상 경험이 있는 선임장(작업반장) 자격을 가진 인력이나 이에 준하는 경험이 있는 인력을 현장 감독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현재는 경험이 없는 관리자가 현장을 제일 잘 아는 작업자들에게 일을 시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 시설물 점검 분야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내린 폭우로 안전 점검이 필요한 현장이 많아지자 코레일 측이 연차가 낮은 직원도 급하게 투입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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