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14 19:00:51
취업 잘되고 수당도 더 받아 산업 기사로 5년 일해야 응시 직업계 학생 고1때부터 준비
“취업이 너무 안 돼서 기능장 두 개를 동시에 땄어요. 30대가 되면 취업이 더 어려울 것 같아 필사적으로 준비했죠.”
대학 졸업 뒤에도 여전히 높은 취업 장벽을 넘기 위해 실무 기술 자격증을 따려는 20·30대가 늘고 있다. 기업이 인재 채용 때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을 우대하고 수당도 더 주기 때문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취직이 쉬워지고 실질적인 보상이 주어진다는 이점이 생긴다. 현재 취업 상태에 있는 이들이 자격증을 딴 뒤 연봉을 높여 이직을 노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업들은 공정과 설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뽑아 바로 실전에 투입해 회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을 반기고 있다.
14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대 기능장 취득자 수는 2020년 269명에서 2024년 432명으로 4년 새 60% 늘었다.
기능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 자격증으로, 기사 자격을 취득한 후 최소 5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는 고난도 시험이다. 자격증이 없을 경우에는 최소 9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
20대에 기능장이 되기 위해서는 10대부터 기능사·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야 가능하다. 대학 진학을 일찌감치 포기한 대신 조기에 ‘최고 기술자’ 자리에 오르는 이들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 같은 ‘조기’ 기능장 취득 현상은 전 연령대에서 뚜렷하다. 30대 기능장 취득자 수도 2020년 1818명에서 2024년 2562명으로 70% 급증했다. 과거에는 30대보다 40대가 기능장을 더 많이 취득했지만, 2023년부터는 30대 취득자 수가 40대를 넘어서고 있다.
20·30대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위험물 기능장’이다.
지난해 위험물 기능장을 취득한 20·30대는 1135명으로, 공동 2위를 차지한 가스 기능장·배관 기능장(각각 192명)보다 약 6배 많았다. 위험물 기능장은 위험물의 취급과 관리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자격증으로 고무·금·염료뿐 아니라 화장품 제조업계에도 종사할 수 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위험물 종류가 다양해지고 범위도 확산하고 있는 데다 특히 소방법상 1급 방화관리대상물의 방화관리자로 선임하도록 돼 있는 등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하기가 쉬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실기 합격률이 지난해 기준 35%에 그치는 등 진입 장벽은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진입 장벽이 ‘합격자’에게 되레 장점이 되고 있다.
박희준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장은 “산업기사는 전문대 이상의 지식을 갖춘 높은 수준의 자격증으로, 해당 분야에 숙달된 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면서 “해당 자격증이 없으면 업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면허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졸업장보다 실무 경험과 경력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다 보니 지금은 고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자기 진로에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준비한다”면서 “통상 30·40대에 따던 기능장을 20대에 따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