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6 16:29:00
한국공항, 1일 취수량 100t→150t 증산 요청…제주도 심사 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한진제주퓨어워터’ 기내 공급량 증가 이유 시민사회단체 ‘공수’(公水) 관리 체계 위협 우려 “사유화 확대 반대” 대형 항공기 투입 등 공급 좌석 확대, 지방세 납부 증대 등 기대도
한진그룹의 제주 지하수 취수 증산 요청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공공 자원이자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취수를 늘려주면 ‘공수(公水)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를 계기로 대한항공의 제주 기점 노선 공급석 확대, 지방세 납부 증대 등 제주로의 이익 환원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지하수분과관리위원회(지하수분과위)는 최근 ‘한국공항 먹는샘물 증량 신청’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한진그룹 산하의 한국공항은 지난 1991년 제주도로부터 지하수 취수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대한항공 기내용 생수인 ‘한진제주퓨어워터’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 허가량은 당초 1일 200t이었지만 실제 생산량을 고려해 1996년 절반인 100t으로 줄었다. 이후 한국공항은 항공기 여객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다섯 차례에 걸쳐 지하수 취수량을 늘려달라고 제주도에 요청했지만 심사와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 과정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한국공항이 최근 지하수 취수 증산에 다시 나선 이유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 때문이다. 한국공항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면 탑승객 수가 크게 늘고 저비용항공사(LCC)도 흡수되는 만큼 한진제주퓨어워터 기내 공급량이 늘어나고, 이를 위해 지하수 취수 증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한국공항이 요청한 지하수 취수량은 월 4500㎥(1일 150t)다. 지하수분과위는 지하수 취수량을 월 4400㎥(1일 146t)로 줄이고 지하수영향조사서를 보완하는 조건으로 한국공항의 요청에 대해 동의했다. 심사 과정에서 한국공항이 개발하는 표선 수역의 지하수 취수량을 늘려도 영향은 미미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공항이 지하수 취수 증산을 위해 넘어야 할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하수 증산의 본질은 개발 수역의 지하수 영향 문제를 넘어 제주도 지하수 공수 관리 원칙의 훼손 여부”라며 지하수의 사유화 확대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반면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 증대가 이익 환원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제주 기점 하늘길 노선의 공급석 감소로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각 항공사에 대형기 투입, 공급석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2월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이수근 한국공항 사장을 만나 제주 기점 항공편 확충과 신규 노선 개발을 논의한 바 있다.
대한항공 역시 제주에 항공기를 등록함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지방세 증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통한 제주 기점 노선 항공기 증편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미 대한항공은 팬데믹 이후 들여온 신규 항공기를 모두 제주도에 등록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대한항공 항공기는 모두 54대로 지난해에만 재산세 56억원을 포함해 총 211억원의 지방세를 제주도에 납부했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 증산은 이제 제주도의회의 동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공수 관리 체계 보호와 제주로의 이익 환원 확대가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제주도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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