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9 05:53:38
B·T·S = 바이오·테크노밸리·반도체 SK·삼성, 2047년까지 620조 투자 인천·시흥엔 30조 바이오 특화 단지 경기도, 5개 바이오 클러스터·6개 테크노밸리 추가 조성해 시너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BTS(바이오·테크노밸리·반도체)’가 경기도 수도권에 뿌리내리고 있다.
18일 매일경제 수도권취재본부 조사에 따르면 인천 송도·영종·남동과 경기 시흥에 국책과제인 바이오 특화단지가 들어선다. 2035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종근당, 일동제약이 총 30조7315억원을 투자한다. 경기도는 이를 바탕으로 핵심 바이오 클러스터 5곳을 추가 조성한다.
경기도는 또 입주 11년 만에 총매출 100조원을 달성한 판교테크노밸리 신화를 이을 6개 테크노밸리를 새로 구축한다.
경기도 용인에는 2047년까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업 일환으로 삼성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360조원, SK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122조원,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20조원 등 총 502조원이 투입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 첫 번째 반도체 제조시설 팹(Fab)을 착공한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공사 현장은 내년에 지금보다 6배 많은 공사인력 1만3000여 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10여㎞ 떨어진 이동·남사읍 삼성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 현장은 인근은 물론이고 인접한 안성시 보개면까지 임대 수요를 겨냥한 빌라와 편의점·음식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산업의 주무대는 인천 송도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24개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100여 개 연관기업, 10곳의 대학·연구기관이 들어서며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생산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송도의 외로운 질주는 지난해 6월 정부가 인천과 경기도 시흥을 묶어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로 선정하면서 기댈 어깨가 생겼다.
정부는 인천 송도가 보유한 세계 최대 생산능력과 인천·시흥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연구기관의 R&D, 임상 기능을 연계해 세계 최대 바이오 거점 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송도 바이오 기업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출이 전국 의약품 수출의 47%(연평균)에 달해 업계는 시흥과의 시너지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시흥은 배곧경제자유구역의 바이오 메디컬 융복합 R&D, 월곶역세권의 초광역 바이오 창업 네트워크, 정왕지구의 바이오 첨단특화 생산기지, 시흥스마트허브의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육성 등 권역별 강점이 뚜렷한 곳이다.
인천의 바이오 기반과 시흥에 있는 서울대·서울대병원·선도 기업 등이 연계·협력하면 연구개발, 인재 양성, 기술사업화, 창업, 생산, 글로벌 진출에 이르는 바이오 산업 전주기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한국형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출현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시흥시와 특화단지 운영 지원 협의체인 바이오 특화단지 추진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3월 인천테크노파크에 사무국을 설치했다. 시흥시도 지난달 시흥산업진흥원에 신규 인력을 채용해 바이오신산업실을 신설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시흥을 중심으로 한 서남부권 바이오 산업벨트가 만들어지면 송도(인천)-광교(경기)-오송(충북) 등 주요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광역협력 체제 구축이 가능하다”면서 “이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K바이오’ 혁신 생태계 구축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도도 바이오 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천·시흥 바이오 특화단지 조성을 계기로 핵심 바이오클러스터 5개소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5년 전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원조 메카로 불리는 성남 판교 제1테크노밸리 소식에 국민이 놀랐다. 2009년 5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입주를 시작으로 11년 만에 처음으로 1300개 입주기업이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면서다. 66만㎡(약 20만평)에 불과한 땅에서 3.3㎡당 매출 5억3000만원이 발생했다.
SK텔레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대기업이 신규 입주한 데다 기존 기업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매출을 견인한 ‘톱6’ 기업은 SK텔레콤, LS니꼬동제련, 삼성중공업, 한화, 한화솔루션, SK가스다.
6년 후 판교테크노밸리는 위상이 더 높아졌다. 제1판교 인근 시흥동·금토동 일대 43만402㎡에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했다. 경기도는 ‘성공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제2, 제3의 판교테크노밸리를 경기도 곳곳에 계획하고 있다. 성남, 수원, 양주, 고양, 광명·시흥 등 경기 남·북부에 고루 걸쳐 있고 유치 업종도 AI부터 미디어·콘텐츠, 바이오·메디컬, 스포츠·문화까지 다양하다.
우선 성남시 금토동 일대에 연면적 52만8000㎡(약 16만평)의 제3판교테크노밸리가 2029년까지 조성된다. 광명시흥테크노밸리는 AI·반도체 중심 일자리와 주거·상업·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미래형 자족복합도시로 조성된다. 경기도 수부도시인 수원에는 장안동 일대에 ‘경기 북수원 테크노밸리’, 우만동 일대에 ‘우만 테크노밸리’를 만든다. 양주테크노밸리와 고양일산테크노밸리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북부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마중물로 기대를 모은다.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를 회원사로 둔 글로벌 반도체 통계 조사기관 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1% 증가한 697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에 대한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시장을 이끌어온 국내 반도체 기업도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주 투자지역은 2022년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액의 32.8%를 담당한 경기도다.
경기도 내 반도체 기업 수는 785개, 종사자는 7만6000명, R&D 연구조직은 1만8000여 개에 이른다. 이곳에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28%가 생산되고 있다. 특히 경기 남부에는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지, 팹리스 업체들이 밀집해 세계적 수준의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시스템·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지자체와 협업해 경기도 용인과 평택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삼성전자가 용인시 이동·남사읍 일대에 조성하는 ‘반도체 국가첨단산업단지’는 투자 규모만 482조원에 이른다. 122조원이 투자되는 SK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면적 415만6000㎡로 사업 완료 시 188조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 3만1000여 개의 직접고용 유발효과가 기대된다. 50여 개의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며, 반도체 양산은 사업이 완료되는 2027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 반도체 국가첨단산업단지는 SK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면적의 1.75배(728만㎡)로, 4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 192만명의 직간접 고용유발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60조원을 투입해 6개 팹(Fab·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하고 150여 개의 반도체 연관 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내년 착공해 2042년 완공이 목표며, 2031년 첫 번째 팹 가동을 기대하고 있다. 용인이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는 물론 세계적 반도체 장비기업들도 속속 몰려들고 있다.
[특별취재팀 = 배한철 기자(수도권본부장) / 지홍구 기자 / 이상헌 기자 /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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