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이스터 고등학교 2년 연속 충원율 100% 넘어 "고등학교만 나와도 취업잘돼" 공기업·대기업 특채 노려 청년 고용률 45% 시대에 취업률·고용안정성 뛰어나
'매경 고졸성공취업창업 페스타'에 참가한 서울로봇고등학교 학생들이 전시된 로봇을 직접 조작하고 있다. 매경DB
"일반 인문계고 나와 대학에 진학해도 요즘 취업이 너무 어렵지 않나요. 마이스터고에 입학해 특채를 노려서 일찍 사회에 진출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내신도 더 잘 딸 수 있어서 나중에 대학 갈 기회를 잡는 것도 한층 수월하죠."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는 청년이 늘어나는 가운데 취업률 70%대를 유지하고 있는 마이스터고등학교가 재조명되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2010년 도입된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로,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직업계 고등학교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각 분야의 전문성을 쌓고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진학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5학년도 서울 지역 마이스터고에 모집정원 558명 중 824명이 지원해 이 중 565명이 최종 합격했다. 모집정원 대비 충원율은 101.25%에 달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충원율 100%를 넘어섰다.
자녀를 마이스터고에 보낸 학부모 김 모씨(48)는 "요즘은 애매하게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아이가 기술을 배우고 바로 일할 수 있는 길을 택하게 했다"며 "학교에 잘 적응하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도 빨리할 수 있고, 재직자전형 등을 통해 나중에 대학에 진학할 기회도 있기 때문에 학업과 실무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고등학생 때부터 취업을 약속받는 게 더 낫다" "우리 동네 마이스터고는 내신 커트라인이 200점 만점에 190점이다. 아무나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
물론 취업난 장기화 여파 영향에서 마이스터고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들어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청년층 취업률 대비 높게 유지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마이스터고의 평균 취업률은 2022년 77.5%, 2023년 73.7%, 2024년 72.6%로 3년 연속 하락세다.
하지만 이는 청년층(15~29세) 고용률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45.3%에 불과하다. 특히 고졸 취업을 노리는 다른 고등학교와 비교할 때 차이가 두드러진다. 전체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 55.3%는 물론이고 특성화고 취업률(52.3%), 일반고 직업반 취업률(43.9%)보다 높은 취업률이다.
마이스터고는 고용 안정성을 보여주는 '유지취업률'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유지취업률은 일정 기간 이상 동일 직장에서 재직한 비율을 뜻하는 지표로 졸업 이후 6개월, 12개월 동안 건강(직장)보험가입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조사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마이스터고 졸업자의 1차 유지취업률은 88.1%, 2차 유지취업률은 69.7%로, 특성화고(1차 81.0%, 2차 65.6%)나 일반고 직업반(1차 76.4%, 2차 59.0%)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다만 마이스터고가 '취업 만병통치약'이라는 예단은 금물이라는 경험담이 나온다. 불황 앞에 장사 없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 졸업생 A씨(21)는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공채나 특채도 어렵고, 취업의 질 역시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