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4 09:32:51
한 초등교사가 온라인에서 “장애아동을 일반 학급에 보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13일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폐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은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한 글로 풀이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이날 ‘초등교사가 생각하는 특수아동과 일반학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자신을 10년 차 ‘베테랑’ 초등교사라고 소개하며 “오늘 주호민 작가 관련 재판 결과가 나왔다. 누군가는 통쾌하다고, 또 누군가는 안타깝다고 느낄 것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그런데 사실, 특수아동 문제는 여러분의 생각보다 조금 더 어렵고 불편한 문제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 반에도 특수아동이 여럿 있다. 올해 맡은 아이들은 다행히 크게 힘들게 하지는 않고, 귀여운 면도 많은 편이다”라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렇게 순한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맡았던 특수아동(B)은 좀 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적었다.
A씨는 “(B가)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던지기도 했으며, 2학기에 접어들어서는 교사를 공격하는 행동도 보였다”며 상황을 묘사했다. A씨는 이를 보며 B가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 B의 부모에게 특수학교 전학을 권유했다. 하지만 B의 부모는 불편한 기색만 보였다고 적었다.
A씨는 B의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털어놓은 중증 자폐의 친동생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나와 내 동생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내 동생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나까지 덩달아 왕따를 당했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짓궂은 장난 수준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왕따는 심각해졌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들 마저 A씨 형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생이던 A씨는 당시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는데, 이에 한 선생님이 “이번에 백일장에서 상 받았다며? 너는 멀쩡하네? 희한하다”고 했다고 한다.
A씨의 동생은 중학생이 되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동생의 몸에서 폭행의 흔적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A씨 가족은 사용하지 않는 욕설을 동생이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의 가족들은 동생이 학교폭력에 처한 것 같아 동생의 담임 선생님과 면담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A씨의 동생)이 맞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요?”라며 폭력을 두둔했다.
A씨는 “결국 다음 달에 동생은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며 이후 폭행의 흔적과 동생이 쓰던 욕설은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호민 씨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우리 가족 역시 동생을 일반 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라며 주 씨에게 공감했다.
그는 “하지만 장애아동의 형제로서, 그리고 초등교사로서 나는 통합학급(장애아동이 일반학급에 함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일반 학급에 아이를 두는 것이 정말 그 아이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부모의 욕심은 아닌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내가 교직 생활을 하면서 만난 교사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었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소속과 관계없이 오늘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계시리라 믿는다”며 “그러니 학교와 교사들에게 한 번 더 따뜻한 믿음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응원과 지지”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는 시각, 청각, 정서, 행동 등 11개 영역에서 장애 및 장애 가능성을 보이는 영유아나 학생이다.
지난 2024년 교육부가 발행한 ‘2024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 중이다. 하지만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전국적으로 매년 증가한다. 같은 해 기준 특수교육대상자는 11만5610명으로 전년 대비 5907명이 증가해 약 5.4% 상승했다. 특수학급이 아닌 일반학급에 재학 중인 특수교육 대상자는 1만9254명으로 전체 학생 중 16.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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