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9 10:46:42
‘오뉴’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 인터뷰 종로서 시니어 교류 커뮤니티 운영 디제잉·보컬·챗GPT 등 여가 콘텐츠도 오뉴, 기업·정부로 콘텐츠 제공 확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적한 골목길엔 시니어 스타트업 로쉬코리아가 운영하는 5층 건물의 ‘오뉴하우스’가 있다. 오뉴는 시니어의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로쉬코리아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이곳의 1층은 카페로 운영되는데, 비가 내리는 평일 오전임에도 많은 시니어가 모여 오순도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오뉴하우스는 ‘예비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을 제외한 공간에선 수시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오뉴의 취미, 건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디제잉, 인문학 살롱, 스탠드업 코미디, 시니어 모델 클래스, 신비로운 타로카드 자격증 수요반, 취미미술, 혼자서 시작해보는 여행드로잉, 보컬 트레이닝, 나만 몰랐던 챗GPT 활용법 등 수 십가지가 있다. 취미미술 수업에서 실제 시니어가 직접 그린 그림 작품이 오뉴하우스의 계단마다 전시돼 있기도 하다.
삼청동의 운치가 깃든 오뉴하우스에서, 로쉬코리아를 이끄는 현준엽 대표를 최근 만났다. 그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니어라고 해서 취향도 올드하진 않다”며 “그들도 런던 베이글에 가고 싶고, 힙한 카페에서 커피를 먹고 싶어한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 오뉴하우스는 2030 청년세대가 좋아할 만한 감성으로 장식돼 있다. 현 대표가 타겟으로 하는 시니어 고객은 사실 액티브 시니어가 아니다. 액티브 시니어가 되길 원하는 ‘예비 시니어’가 이들의 주 고객이다. 오뉴의 이용 고객수는 한 달에 6000명에 달한다. 재등록률도 절반 가량으로 높은 편이다.
오뉴엔 콘텐츠 기획에만 집중하는 5명의 전문 기획자가 있다. 이들이 고객의 요청을 취합하고, 당시 유행하는 콘텐츠와 취합해 오뉴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실제 현 대표는 오뉴하우스의 1층 카페 공간에서 시니어 고객과 꾸준히 대화한다.
그는 “고객 인터뷰를 해보면 액티브 시니어는 이미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다”며 “주도적으로 자기 시간을 설계하고 싶은 욕구, 열망을 가진 예비 액티브 시니어를 모시고 다양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액티브 시니어를 꿈꾸는 5060세대는 인생 2막에 대한 꿈을 가지고 이 공간에 방문한다. 커뮤니티 시설인 만큼 교육을 함께 듣는 시니어끼리 친해지면서 교류가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자연스레 시니어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욕구, 자신감으로 표출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는 “마치 시니어가 학교에 가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복지관, 문화센터에선 느낄 수 없는 직원들의 환대와 밝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시니어가 많다”고 말했다.
사실 로쉬코리아의 시작은 ‘생활 도움 서비스’라는 어찌 보면 소소한 사업을 통해서였다. 시니어가 원하는 사회활동을 도와주거나, 버킷리스트를 함께 하는 식으로 대면 접촉을 이어 나갔다.
시니어 고객이 함께 산책해주길 원하면 야외 산책로를 동행하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 동행하는 식이다. 폐가구를 버리기 위해 시니어 집에 방문하고, 기저귀를 구매해드린 적도 있다고 한다.
사업 초기 현 대표는 월 소득 50~70만원에 불과한 시니어가 서비스 비용을 크게 웃도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적절한 돈을 내야 로쉬코리아가 사업을 지속해 도움이 필요한 자신들을 계속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요금 3만원이면 되는데 10만원을 주신 분도 있었다”며 “많은 시니어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현 대표는 “직접 좋은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단골들의 요청을 반영해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었다.
로쉬코리아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시니어가 은퇴 후 잊고 살던 주체성, 자주성을 일깨워주는 것일 수 있다. 실제 로쉬코리아의 미션은 ‘시니어의 외로움과 고독을 이해하자’다.
현 대표는 “시니어가 ‘내 시간을 스스로 잘 보낼 수 있구나’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즐길 거리를 발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우리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오뉴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외에 기업 간 거래(B2B),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최근엔 주요 은행, 보험사와 협업을 통해 해당 금융사의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오뉴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했다.
올해 중순부터 입주하는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와 협약을 통해 단독 여가 콘텐츠 공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향후에도 오뉴는 백화점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공간에 오뉴의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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