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08 14:39:14
김운봉 제론엑스 대표 인터뷰 보안회사·소셜벤처 창업 경험 살려 AI 접목한 노인돌봄 스타트업 창업 요양시설 환자 건강상태 실시간 확인 위험 감지하고 구역 벗어나면 경고 위급상황에서 재빠른 대처 가능해 중앙보훈병원·요양병원 등에 공급
“금융, 보안, 인공지능(AI) 등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며 디지털 헬스케어와 시니어를 접목한 시장이 잠재력이 클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한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마음먹고 세번째 창업에 나섰습니다.”
김운봉 제론엑스 대표(51)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창업’이 ‘직업’인 인물 중 하나다. 외국계 금융사를 박차고 나와 모바일 보안 솔루션개발사인 라온시큐어, 소셜벤처 리즈마 등에 이어 노인을 위한 ‘에이지테크’ AI기업 제론엑스를 창업했다.
세번째 창업이지만 그는 여전히 창업이 두렵다. 하지만 가슴 뛰는 창업의 길에 후회라는 단어는 없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외국계 금융사인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했다. 3년 뒤 최우수직원으로 선정됐고 회사로부터 MBA(경영학석사) 학비를 지원받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안정적인 금융업에 머무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불확실하고 두려워도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퇴사 후 IT(정보기술) 상장사인 소프트포럼(현 한컴위드)로 이직한 그는 국제 해킹 방어 대회인 코드게이트 첫 대회를 기획했다. 코드게이트는 국내외 유명 보안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보안 축제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는 “그 시작에 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며 “새로운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모바일 보안 솔루션 개발사인 라온시큐어의 창업 멤버로 합류했고 2012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김 대표가 라온시큐어에 몸담고 있는 동안 글로벌 해킹 방어대회(데프콘 CTF) 우승팀을 배출했고,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신분증을 구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어 소셜벤처기업 리즈마 공동창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SK텔레콤이 만든 AI 스피커에 리즈마의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적용해 미국 뉴욕주 정부에 수출했다. 당시 수출 규모는 50만달러로 뉴욕에 사는 독거노인 가정에 공급됐다.
이같은 창업 경험을 통해 그는 “인력에만 의존하는 요양산업은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법을 다각도로 고민했다.
예컨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소한 환자가 낙상사고를 당해도 발견이 늦어져 제때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어떨까. 환자가 갑자기 병실 밖으로 사라지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요양보호사 한명이 인력만으로 여러명의 환자를 돌봐야 할 경우 이같은 ‘돌봄 공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제론엑스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늘 밴드’를 개발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김 대표는 “밴드를 착용하면 환자들의 체온, 혈압, 심박, 호흡수, 산소포화도 데이터를 토대로 이상 징후가 있으면 곧바로 알려준다”며 “환자들의 위치를 시각화해 보여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소한 환자들이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면 신호를 준다”고 말했다.
제론엑스는 관련 서비스를 중앙보훈병원에 이어 남양주 프리미엄 요양원에 서비스를 공급했다. 중앙보훈병원은 제론엑스의 돌봄 서비스를 도입해 퇴원 이후 집에 머물고 있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앞으로는 요양시설뿐만 아니라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시니어 분야 유망 기술을 보유한 에이지 테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돌봄과 관리 업무를 디지털화해 지금과 같은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된다면 요양시장은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론엑스는 노인 돌봄 서비스 수요가 커지고 있는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에서 설립한 노인전문병원 관계자들이 제론엑스를 찾아 서비스 공급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중동 지역에서도 고령화와 돌봄 인력과 서비스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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