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06 10:50:50
고령화 현상 심각한 울산 봉안당 ‘영락공원’ 회생절차 장례공간 부족해 사업 재가동 사망자 늘어도 타지역에 의존 “장례시설도 도시계획으로”
울산 최대 민간 납골시설로 계획됐던 ‘울산영락공원’이 20년 가까이 멈춰 있던 시간을 뒤로하고 법원 주도로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급격히 진행되는 지역사회 고령화와 그에 따른 장례공간 부족 문제가 법원의 판단을 바꾸는 주요 요인이 됐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회생법원은 최근 재단법인 울산영락공원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고 외부 제3자 관리인을 선임했다. 경영권 갈등과 자금난으로 수차례 좌초됐던 봉안당 사업이 공익적 필요에 따라 재추진되는 셈이다.
울산 남구 옥동에 위치한 울산영락공원은 2003년 민간 토지 현물출자를 기반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 추진해온 봉안당 조성 사업이다. 약 5만 기 규모의 민간 납골시설로, 울산에서 가장 큰 장례시설로 계획됐다. 그러나 실시계획 인가 반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무산, 경영권 소송 등이 얽히며 20년 가까이 사실상 방치됐다.
2023년에는 민간 투자자인 비케이에너지가 사업에 자금을 투입해 공정률 90%에 도달했지만, 운영권을 둘러싼 기존 이사진과의 갈등이 재점화돼 다시 소송전으로 번졌다. 법원은 이같은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며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외부 관리인을 투입해 사업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법원이 회생을 허가한 핵심 배경은 울산 지역의 급격한 고령화와 장례 인프라의 심각한 부족이었다. 부산회생법원은 “납골시설 공급이 수요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90% 이상 진행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 크다”며 “사업을 회생 절차로 이어가는 것이 공익적 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울산은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대표 도시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24년 기준 18.4%로, 5년 전보다 약 6%포인트 증가했다. 2026년이면 고령사회(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속도에 비해 장례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울산에는 공공 화장장이나 대규모 납골시설이 없고, 사망자의 장례는 대부분 양산·부산 등 인근 타지역에 의존해 왔다. 울산시도 자체 자료에서 지역 내 화장시설이나 봉안당 부족으로 인해 매년 1만 건 이상 외지 이송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울산의 화장률은 전국 평균(90%)을 상회하지만, 이를 수용할 장례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간 사망자 수는 약 35만8400명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화장률은 90%를 넘어서며 사실상 대부분이 봉안시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현재 공설 봉안시설의 여유 공간은 70만 기 수준에 그치며, 향후 몇 년 안에 포화가 예상된다.
울산뿐 아니라 서울·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봉안시설이 빠르게 포화되고 있다. 부산의 대표 시설인 ‘부산추모공원’은 8단 구조로 조성된 안치단을 최근 한 층 더 증설해 운영 중이고, 또 다른 공공 납골당인 ‘영락원’은 이미 전 구획이 봉안 완료된 상태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봉안시설은 2015년 392곳에서 2023년 616곳으로 증가했지만, 포화율은 평균 87%에 달해 실질적 여유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봉안 기간도 대부분 15~45년으로 한정돼, 대규모 이장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례 공간 역시 도시 인프라의 일부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연간 사망자 수가 70만명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도시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필수 기반시설인 장례공간은 여전히 민간에만 맡겨두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계획 단계에서부터 수요를 예측하고 인프라를 조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화장 후 분골을 산이나 강,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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