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13 15:25:17
김정은, 푸틴에 “러 조치 전적 지지” 전화 정상외교 첫 공개…혈맹 과시 푸틴 통해 트럼프와 간접대화 관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릴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북·러 공조관계를 과시했다.
13일 북측 대내·외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이 전날 이뤄진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 보도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전화 정상외교’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조로(북러) 간 조약의 정신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로씨야(러시아) 지도부가 취하게 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거론하며 “쿠르스크 영토를 해방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제공한 지원과 조선인민군 군인들이 발휘한 용감성과 영웅주의, 희생정신을 다시금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통화에서 옛 소련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반도 해방에 기여했던 점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전체 인민은 80년 전 붉은 군대 장병들이 세운 영웅적 위훈에 대해 진정한 국제주의의 참된 귀감으로 경건히 추억한다”면서 “조선(북한)의 해방을 위해 희생된 소련군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북·러 군대가 함께 피 흘렸던 역사를 이야기하며 오랜 혈맹 관계를 부각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 등 회담 의제를 미리 설명 듣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북대화 관련 메시지 전달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에서 미·러 정상회담 관련 내용도 공유했다고 밝혔지만, 북측 보도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강한 북·러 유대관계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미북대화를 중재하며 대미 협상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미북대화 재개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러 정상회담에서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만일 종전협상에서 상당한 의견접급이 이뤄지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심사(대화 재개)에 대한 김 위원장을 입장을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미·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이 급물살을 탄다면 미북·남북 대화 복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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