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거부했다.
법인카드 부정 사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혜경 여사를 겨냥한 포석이었지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은 "엉뚱하고 기괴하다"며 일축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 정치에서 영부인의 존재는 오랫동안 검증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설난영 여사와 김혜경 여사, 두 후보 배우자의 TV 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기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희망보다는 실망을 드렸고, 통합보다는 분열을 안겨드리기도 했다"며 김정숙 여사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옷값 전용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등을 상기시켰다.
김 위원장의 제안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김혜경 여사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혜경 여사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2021년 8월 민주당 전현직 중진 의원의 아내 등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를 대접한 혐의를 받는다. 수원고법 형사3부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지난 12일 그대로 유지했다.
이재명 후보는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제안을 즉각 거절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그러면 (배우자가 없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어떻게 하나.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을 그런 식으로 장난치듯이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 캠프 온라인소통단장인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공직자도 아닌 사람을 TV 앞에 세워 정치 쇼를 벌이자는 발상이 제정신이냐"며 "김건희의 수렴청정 의혹을 이제 와서 공식적으로 인정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를 모시더니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하는구나. 엉뚱하고 기괴하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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