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2차전지 회사 임원의 하소연이다. 중국의 파상공세에 하루라도 빨리 특허를 등록하려고 했지만, 특허청은 몇 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의 시대'라고 하지만, 실상은 특허 전쟁이다. 국가의 첨단 기술 재산을 특허 장벽으로 보호하고, 특허를 무기로 삼아 타 국가를 찍어누른다. 패배 국가는 땡전 한 푼 들고 가지 못하는 것이 이 전쟁의 룰이다. 특허를 들고 있는 국가에 얻어맞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빈손으로 돌아서는 일이 부지기수다.
한국은 이미 패배 국가의 길 초입에 있다. 특허청 심사가 늦어지면서 기업들이 특허를 확보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눈 뜨고 뺏길 판이다.
특허청은 특단의 대책으로 첨단 기술에 대해 우선심사제도를 도입했다. 타 분야보다 앞서 심사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마저도 기간이 늘어지고 있다. 우선심사에 인력을 집중하면서 일반 심사는 더 시간이 걸린다. 이대로는 작은 기업들이 먼저 죽게 생겼다.
허물어질 대로 허물어진 기술 보호 장벽에 국부와 소중한 지식재산이 줄줄 샌다. 그런데 적군에 맞서 싸우고 참호를 지킬 병사들이 없다. 당장이라도 특허청 심사관 수를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를 채워넣어야 한다.
한국 특허청 심사관 1인당 처리 건수는 타 국가에 비해 3배로 압도적 세계 1위라 한다. 그런데도 심사관 수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것이 '작은 정부' 논리다. 공무원의 절대적 숫자를 줄여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정부가 일을 못하는 정부는 아니어야 한다.
특허청 심사관은 1인당 10년간 40억원씩 기업을 통해 직접 돈을 벌어오는 인력이다. 돈을 벌어오는 심사관들을 임기제로 뽑으면 될 일이다. 수십 년간 업계에서 일하며 한 분야에 빠삭한 퇴직 병사들이 대기 중이다. 하루빨리 지식재산 군비를 증강해야 할 시기다. 총성 없는 특허 전쟁에 기업들이 스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