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은 꽤 멀었다. 5시간 동안 취재하기 위해 5시간을 이동했다. 이마저도 비행기를 탔기 때문이고, 각종 대기 시간은 뺀 것이다. 기차를 타고 이동한 사람들은 10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보내야 했다. 다들 "생각보다 너무 멀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상남도 사천시 사남면 해안산업로 청사 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도 30분 이상 걸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임시 청사이고, 2030년까지 신청사를 완공해 입주할 계획이다. 세제 혜택으로 병원과 교육시설 등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외진 곳에 전문가들이 가겠나"라는 우려는 개청 이전부터 나왔다. 1년 동안 인재를 열심히 모았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중요한 보직마저 공석이 이어졌고, 핵심 사업 목표는 줄줄이 연기됐다.
우주항공은 각종 전문기술이 어우러지는 융합과학의 꽃이다. 정부부처만 해도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곳이 얽혀 있다. 최고의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 치열하게 고민하고 각 부처 공무원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며 준비해도 성공 확률이 희박한데, 여전히 사천은 멀기만 하다.
정치권은 우주청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포함한 거버넌스 개편 논의로 시끄럽다. 어떤 결론이 나든 사천을 우주항공 허브로 낙점했다면 일단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개청 1년이 되도록 비행기는 하루 2편뿐이고, KTX 열차는 증편조차 되지 않았다. 이대로는 '뉴스페이스 시대'는커녕 '뉴 사천 시대'도 언감생심이다.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무렵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바람이 불었다. 젊은 인재들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선호하는 마지노선인 판교는 지금도 '취업 남방한계선'으로 불린다.
과학 인재들이라고 다를까. 과학자들도 편리한 인프라를 누리고 싶고,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싶다. 그들도 직장인이다. 직장인을 움직이는 건 연봉과 정주 여건이지 애국심과 도전 정신이 아니다. 의사도 변호사도 적은 동네에 과학자라고 살고 싶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