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제외 모든 연령대서 단백질 과다섭취 주의보 단백질, 신장 기능과 직결 '초고단백' 제품 유행하며 신장 질환자 10년새 2배↑ 20대 남성환자 58% 급증 단백질 장기간 과다섭취땐 비만·당뇨병·뇌졸중 위험 60㎏ 성인, 하루 72g 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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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즘 '단백질'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단백질은 근육, 내장, 뼈, 혈관, 피부 등 몸의 조직을 만드는 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이나 각종 호르몬, 항체 등의 형태로 신체 기능 조절과 항상성 유지를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한다.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식품 업계는 단백질을 함유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단백질 함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20g 이상은 기본, 40g 이상인 고단백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단백질은 과다 섭취하면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너무 많은 단백질에 위협받는 대표 장기는 '신장'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70대 이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연령층이 권장량보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도한 섭취는 비만, 당뇨병, 뇌졸중, 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많다. 하루에 체중 1㎏당 단백질 1.68g씩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종전 하루 체중 1㎏당 1g으로 돼 있던 단백질 섭취 권장량이 최근 0.8g으로 줄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단백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해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시장 규모는 2018년 813억원에서 2023년 4500억원으로 약 6배 성장했으며 2026년 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5~29g의 '중단백' 제품을 넘어 40g 이상을 담은 '초고단백' 제품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이 초고단백 제품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2022년 오리온은 고함량 단백질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반영해 당시 국내 단백질 음료 중 최대 함량인 24g의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40g의 고함량 단백질이 들어간 음료도 출시했다.
남양유업은 오리온에 맞서 단백질을 업계 최대치인 43g 넣은 음료를 내놨다. 달걀 7.6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빙그레가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 그래놀라 제품도 한 봉지에 단백질 40g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고단백 제품은 고강도 운동 후 회복이 필요하거나 식사 대용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단백질 시장이 커질수록 신장 질환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15만1511명이던 국내 만성 신장 질환자가 2023년 32만6736명으로 10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신장은 우리 몸이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아질산염, 요소 등을 걸러낸다. 그런데 단백질이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신장에도 부담이 커져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신장 질환자 증가 추이와 고단백질 제품 확대가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젊은 남성 환자의 증가다. 2022년 신장암으로 내원한 환자는 3만9165명으로 2018년(3만563명) 대비 28% 늘었는데, 이 중 20대 환자가 58%나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50세 무렵부터 증가하는 신장암 발병률은 노화로 신장 기능이 떨어진 고령층에서 빈발한다. 신장암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흡연이나 과식, 운동부족,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생활습관 병, 이른바 '대사증후군'이 관련돼 있다. 이런 점에서 젊은 층의 신장암 발병 급증은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로 2020년 고려대 구로병원 고강지 교수팀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어바인대 칼란타 교수팀은 일반인이 고단백 식이를 장기간 섭취하면 콩팥 기능의 감소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고단백 식이는 체중당 하루 1.5g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고 교수팀은 콩팥 기능 감소가 없고 대상군이 1000명 이상이며, 평균 5년 이상의 추적 관찰을 수행한 관찰 연구문헌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단백 섭취군에서 콩팥 기능의 빠른 감소나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높음을 확인했다.
단백뇨는 단백질 과다 섭취에 따른 신장 기능 손상을 알리는 대표적 증상이다. 단백뇨란 소변으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배출되는 상태를 말한다. 소변에 거품이 생기고 오래 지속되며, 소변 색이 평소보다 탁하거나 진해지고 눈 주위 및 다리 부종, 피로, 식욕 저하 등 증상이 동반된다.
신장 기능을 지키려면 적정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영양학회에서 권장한 성인의 단백질 하루 섭취량은 체중 1㎏당 0.8~1.2g이다. 몸무게 60㎏의 성인이라면 하루 최대 7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 것. 이와 함께 충분한 수분 섭취는 신장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고 교수는 "신장 기능이 정상이면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일시적으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간 섭취 시 콩팥 기능 저하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