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은 '여성들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많은 여성이 일생 중 한 번 이상 겪는 흔한 질환이다. 질염은 원인과 종류가 다양하고 증상이 각각 달라 원인별 증상을 미리 알고 늦기 전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질염 가운데 적절한 관리와 치료 없이 지내다 보면 '골반염'으로 악화돼 극심한 통증을 불러올 수 있는 질염이 있다. 바로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라는 원인균에 의한 성병성 질염이다. 클라미디아 감염은 70~90%가 무증상이어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여성의 질에 번식하고 있던 세균이 골반 안에 있는 자궁, 난소, 나팔관 등에 퍼지면서 골반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자궁 경부는 세균이 자궁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병의 원인균에 노출되면 자궁 내부와 그 주변 생식기관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클라미디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매년 약 1억2900만명이 감염되는 성매개감염(STI)의 주요 원인균 중 하나다. 특히 성적으로 매우 활동적인 20~29세 연령층에서 감염률이 높다. 남녀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고 여성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골반염의 원인이 된다.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클라미디아는 남성의 경우에는 잠복기(7일~한 달)를 거쳐 요도염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소변을 보는 동안 또는 소변 끝에 작열감을 느끼는 배뇨통, 탁한 분비물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빈뇨, 염증 등으로 붓고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여성은 증상이 미미하거나 전혀 없어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빈뇨, 질분비물 등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방치하면 자궁경부염, 골반염증성질환(PID),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골반 염증성 질환은 질내 감염이 자궁으로 올라가 나팔관, 난소 주위, 골반 및 복막까지 퍼져 염증을 유발한다. 이때는 복부 통증, 발열 등 증상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나팔관의 반흔 형성이나 기능 저하로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
산모가 클라미디아에 감염되면 분만 중에 신생아에게 전파될 수 있으며 신생아는 폐렴 또는 결막염에 노출될 수 있다.
클라미디아 감염은 자궁경부, 질, 음경, 인후, 직장의 분비물(감염된 곳)을 채취해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진단한다. 치료는 주로 항생제인 독시사이클린이나 아지트로마이신을 사용하며 남녀 동시에 진행한다. 치료 후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요하기에 무증상이더라도 꼭 3개월째 재검을 받는다.
클라미디아 감염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증상이 없으므로 성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콘돔 사용, 정기적인 STI 검사, 산부인과 정기 검진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과 정기적인 검진이 건강한 삶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