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유심 소진"… 온라인 앱 "140시간 대기" 유심 교체 첫날부터 대란 … 고객 불만·불안 더 커져 전국 대리점 아침부터 북적 유심 재고 많다는 소문 돌면서 공항 내 SKT부스에 유독 몰려 교체 대상자 2000만명 넘는데 SKT에서 보유한 물량 태부족 교체 예약 방문자조차 헛걸음 통신사 갈아타는 고객도 속출
"코로나19 팬데믹 때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서 줄을 섰던 기분과 똑같네요."
고객 정보 해킹 사태와 관련한 후속 조치로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오전 9시 무렵 찾은 서울 신금호역 인근 SK텔레콤 대리점. 영업을 1시간 앞둔 시점이었지만 매장 앞은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온 고객들로 인산인해였다.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께에는 대기 줄이 100m를 넘어섰고, 인근 상가에서는 대기 줄이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고성이 오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신을 35년 장기 고객이라고 밝히며 "토요일에 이미 한 번 헛걸음했지만 고객센터 전화도 불통이라 이른 아침부터 불안한 마음에 또 나왔다"고 말했다. 해당 대리점에서는 총 70명에게 대기표를 나눠 줬고, '오픈런'을 했음에도 대기표를 받는 데 실패한 고객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발길을 돌렸다.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지점에도 매장 개장 전부터 200여 명의 고객이 몰렸다. 한 30대 직장인은 "일찍 나왔는데도 100번대를 받았다"면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어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공항 로밍센터도 혼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아침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 1층 SK텔레콤 로밍센터는 유심 교체 고객 100여 명이 줄을 서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일부 고객은 비행기를 놓칠까 봐 발을 동동 굴렀다. 한 40대 남성 고객은 "공항은 일반 대리점보다 유심 재고가 많을 것 같아 일부러 공항에 왔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 곳곳에서는 매끄럽지 않은 유심 교체 방식을 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이 많았다. 비대면 예약을 받아주는 곳이 있는 반면 무조건 현장 대기번호를 기준으로 유심을 교체해준다고 안내하는 곳이 있는 등 지점마다 운영 지침이 제각각이었다.
SK텔레콤은 본사 차원에서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공식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앱을 통해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안내했지만 이 예약을 완료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번복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지점 관계자는 "예약 시스템으로 교체 가능한 별도 유심 물량을 (본사에서) 할당받지 못한 상태라 현장 접수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약 시스템 자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SK텔레콤 공식 홈페이지인 T월드의 웹페이지와 앱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접속에 차질이 생겼다. T월드 앱은 개통 직후 '접속 지연' 고지가 뜨며 먹통인 상황이 이어졌고, 웹페이지는 오전 10시가 가까워지면서 대기 인원 급증으로 인한 접속 장애가 나타났다. 한 고객은 "유심 교체는 고사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도 온라인 접속이 안될 정도로 먹통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이용자는 집단소송 카페를 개설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27일 한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에는 이날까지 2만4000여 명이 가입했다. 카페 운영진은 공지글을 통해 "해킹 피해에 대한 집단소송을 위해 법무법인을 선정 중"이라고 밝혔다.
타 통신사로 갈아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하루에만 SK텔레콤 가입자 1665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KT로 이동한 가입자가 1280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가 385명이다. 일부 대리점·판매점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다른 통신사에서 자사로 이동하는 고객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실적을 우려한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들이 기존 유심을 무상 교체 서비스에 이용하지 말고 최대한 판매 건 위주로 사용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심을 교체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불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