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 대표 10년간 3천개 넘는 스타트업 해외 진출·현지 사업화 도와 센드버드 등 유니콘 탄생도 기술력 뛰어난 한국 회사들 온디바이스 AI 개발 나서야 합작법인이 해외진출 유리
김종갑 GDIN 대표. GDIN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합니다. 단순히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라는 목표에 머무르지 말고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김종갑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혁신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데카콘 기업이 출현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며 "데카콘 후보군 10곳을 육성하면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욱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GDIN은 디지털 창업 기업의 해외 진출과 현지 사업화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3년 9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설로 설립된 '본투글로벌센터(B2G)'를 재단으로 독립 법인화한 기관이다. 지난 10년 동안 3000개 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센드버드·뤼이드 등은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했고 네오펙트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이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또 해외 법인이 120개 이상 설립됐다. 투자 유치 규모는 4조600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가 제시한 방향성(데카콘)은 단순히 목표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유니콘 육성 전략이 이제 효율성을 잃어 한계에 부딪혔고 우리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기존 방식을 고집하며 혁신하지 않으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작법인(JV) 모델,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술 그리고 중남미 등 글로벌 신시장 개척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방식에 대해 "합작법인 설립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GDIN은 전 세계에 40개 이상의 합작법인 설립을 지원하며 국내 스타트업이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이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해외 현지 시장에서 세일즈까지 잘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며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 파트너가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전담하고 국내 스타트업은 기술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협력 구조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에 최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작법인 모델이 세계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브라질에서 합작법인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공급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은 현지에서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며 "이처럼 중남미·아시아·중동 등의 시장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만들어낸 뒤 북미·유럽으로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합작법인 모델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이 '글로벌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현지 합작법인을 해당 국가에서 상장하는 방식을 차용하면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차례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멀티플 엑시트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GDIN은 현재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지역에 대규모 정보통신기술(ICT) 도시를 조성하는 '코리아밸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나라 대표 IT 도시인 판교를 벤치마킹한 글로벌 디지털 혁신 허브를 만드는 사업"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코리아밸리는 AI, 바이오, 스마트팜(Smart Farm) 등 6대 분야 클러스터로 구성될 계획이다.
김 대표는 AI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춰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을 더욱 잘 갈고닦고 다듬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디바이스(내장형) AI' 기술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 AI 생태계는 이미 미국 빅테크들이 장악한 상황이고 우리는 대형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생태계를 갖출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하지만 AI 칩 설계와 제조에서 강점을 지닌 만큼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온디바이스 AI는 보안·에너지 효율성·비용 측면에서 클라우드보다 유리하다"며 "이를 활용한 산업용 안전 디바이스와 교육용 로봇 등 버티컬 솔루션이 시장 외연을 활짝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스타트업 지원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정부 지원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소규모 지원금을 배분하는 것만으로는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고 데카콘 후보 기업들을 적극 발굴 지원해 이들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