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2.19 17:41:27
<공연리뷰> 이연희→이엘, 배꼽 잡는 위기의 주부들…120분 순삭 ‘꽃의 비밀’
※ 이 기사에는 ‘꽃의 비밀’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인 줄 알았는데. 평범한 주부들에게 닥친 날벼락 같은 사건. 남편들이 죽었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 웃음이 나지? 위기의 주부들의 황당무개한 하루에 관객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다. 장진 감독의 코미디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빛났다.
연극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 ‘빌로페로사’라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여 벌어지는 네 여성의 해프닝을 다룬 연극이다. 2015년 초연 후 10주년을 맞아 더 강력해진 웃음으로 돌아왔다.
박선옥, 황정민, 정영주는 소피아 역을, 장영남, 이엘, 조연진은 자스민 역을,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은 모니카 역을, 김슬기, 박지예는 지나 역을 맡았다.
이탈리아 한 시골마을의 왕언니 소피아, 주당 자스민, 미모의 모니카, 여성 맥가이버 지나는 남편들을 축구장으로 보내고 소피아의 집에 모인다. 지나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고, 이들은 20만 유로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기로 한다. 보험공단의 의사 카를로와의 힘든 신체검사를 우여곡절 끝에 통과하지만, 남편들이 ‘기적적으로’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연극 ‘꽃의 비밀’은 이른바 ‘장진식 코미디’의 특징이 녹아 있다. 몸 개그 위주의 코미디가 아니다. “남편을 사랑한다”, “남편과 가끔 전화 통화를 한다”는 말에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다”라고 말하는 위기의 주부들이 일상에서 겪는 에피소드는 객석의 관객들에게 ‘웃음 폭탄’을 선물한다.
네 명의 주부들 박선옥, 이엘, 이연희, 박지예는 빈틈 없이 진행되는 대사들을 완벽한 티키타카로 쌓아나가며 탄탄한 스토리를 더욱 완벽하게 만든다.
소피아 역의 베테랑 박선옥은 주부들을 이끄는 왕언니의 모습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나간다. 술고래 자스민 역의 이엘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책임진다. 출산 5개월만에 연극 무대에 나선 이연희는 미모의 자스민 역을 맡아 여전한 미모와 공백기가 무색한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지막으로 지나 역의 박지예는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들의 위트 있는 대사와 모습은 이들이 처한 상황과 대조적이라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위기의 주부들의 대화에 빠져든 순간 120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남편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아쉬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비극적인 결말인지 비극적이지 않은 결말인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기회는 언제든 또 있으니까(?) 해피엔딩이라고 정리해보자.
공연시간 120분(인터미션 없음). 중학생 이상 관람가. 오는 5월 11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공연.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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