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0 16:58:24
결국 말뿐인 사과였다. 고용노동부가 故고요안나 사건을 놓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해 MBC는 공식입장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했지만, 정작 가해자는 여전히 근무 중이며,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 오요안나의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김가영 캐스터와 이현승 캐스터는 20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뉴스투데이’ ‘12 MBC 뉴스’ 날씨 예보에 예정대로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노동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이 MBC를 상대로 진행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인이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수시로 업무상 지도와 조언을 받아왔지만 단순히 지도·조언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그동안 괴롭힘 대상이 근로자가 아닌 경우 괴롭힘 여부도 판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특별감독은 고인 외 타 기상캐스터들의 괴롭힘 의혹도 제기돼 조직 전반을 보며 고인에 대한 괴롭힘 유무도 판단했다”고 하면서도, “고인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및 형사 처벌 등 근로기준법 상의 처분은 내리지 못하니 MBC가 내부 규정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MBC는 같은 날 공식입장을을 통해 오요안나와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조직문화 개선, 노동관계법 준수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고 오요안나 씨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체 없이 수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MBC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며 “앞서 노동부에 제출한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바탕으로 이미 개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미진한 부분은 없는지 거듭 확인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동안 고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뉴스 보도하지 않았던 MBC는 ‘뉴스데스크’는 처음으로 해당 사건을 보도, 문제를 인정하면서 고개 숙였다. 날씨 예보 또한 오요안나 사건의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됐던 최아리 캐스터가 아닌 금채림이 캐스터가 진행하면서 변화를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갔다. 김가영에 이어 이현승마저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순간만 모면하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사과가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故 오요안나는 2021년부터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해 왔으나, 지난해 9월 향년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후 고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풀림과 동시에 안에 담겨있던 자필 메모, 일기, 녹취록, 카카오톡 대화 내용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정황이 발견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당시 오요안나를 괴롭힌 가해자로 선배 기상 캐스터인 최아리, 김가영, 박하명, 이현승이 지목됐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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