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4 12:37:56
‘술’ 냄새 나는 영화가 찾아온다.
제목도 바뀌고 감독이 해임되는 등 여전히 완전한 갈등을 완전히 매듭짓지 못하고 가처분을 앞 가운데 개봉을 알리게 된 ‘소주전쟁’은 배우 유해진과 이제훈이 제대로 말아주는 브로맨스로 악재를 뚫고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소주전쟁’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자리에는 배우 유해진, 이제훈, 손현주, 최영준이 참석했다. 반면 제작사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최윤진 감독은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소주를 만들고, 지키고, 삼키려는 자들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그려내는 영화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소주를 향한 ‘소주전쟁’의 진심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극 중 등장하는 ‘탑 소주’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 보해양조와 협업하며 새로운 맛으로 완성하는가 하면, 여러 소주 종류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함께 주요 소품인 소주를 활용한 배우의 감정선이 돋보이게끔 조명 연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유해진과 이제훈의 만남 또한 관전포인트다. “소주가 주가 되는 이야기다. ‘술 이야기’여서 그런지 시나리오가 술술 읽혔다. 인물의 인간다움이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는 유해진의 말에 이제훈은 “유해진이 한다고 하더라. 이런 기회가 흔한 건 아니니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나리오를 재밌게 잘 읽었다. 배우분들이 캐릭터에 찰떡같이 어울려서 다 같이 모여 앙상블을 이으면 재미있고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유해진은 ‘회사가 곧 인생’인 국보그룹 재무이사 표종록 역을, 이제훈은 ‘일은 일이고, 인생은 인생’인 오로지 성과만을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최인범 역을 맡았다. 회사를 대하는 태도부터 생각, 목표까지 전혀 다른 두 인물은 극 중에서 소주를 매개체로 점차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술’이 주제인만큼 영화 속 음주 연기를 선보이게 된 유해진은 “전개상 소주 신상품이 나오는데 콘셉트가 ‘부드럽고 후레쉬하게’라면서 맛을 강조한다. 그렇게 마시려고 연기했다. 나는 원래 소주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맛나게 먹는 게 어렵지 않았다. 우리 영화를 보면서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인범이라는 인물에 대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라고 말한 이제훈은 “성과주의나 일은 일이고 인생은 인생이라고 하는 부분이 요즘 시대를 사는 친구들이 추구하는 부분과 부합되는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배경이 1997년부터 시작되는데 20년이 훌쩍 지난 시대임에도 지금과 달라진 것이 있나 했을 때 크게 없지 않나 했다”고 털어놓았다.
극중 ‘음주연기’에 대해서는 “내가 술을 잘하지 못한다. 소주는 쓰고 힘든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소주를 ‘짠짠’하는 기분으로 마시니까 달게 느껴지는 기분도 들었다”며 “점점 그게 적응되면서 소주를 계속 찾게 됐다. ‘저 소주 진짜 마셔보고 싶다’는 기분이 관객 분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주전쟁’에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 손현주와 최영준도 함께 한다. 손현주는 파산 위기에 몰린 국보그룹 회장 석진우 역으로, 최영준은 위기관리에 탁월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구영모 역으로 활약을 펼친다.
극중 ‘빌런’ 활약을 하게 된 손현주는 “착한 역을 많이 맡았는데 요즘은 못된 역도 많이 맡는다. 사실 이번에는 ‘못된 역’이라기 보다는 ‘유해진이 내 말만 잘 들었으면 소주회사가 망하지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극 중 죽자고 말을 안 듣더라. 경영자의 생각이 따로 있고, 그걸 따라 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끝까지 안 따라주더라. 영화를 보시면 아실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소주전쟁’으로 첫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최영준은 “처음에는 단역으로 생각했는데, 제작발표회에 오라고 해서 다시 책을 다시 봤다.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역할이기는 하더라”며 “작품을 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기에, 긴장하면서 했던 기억이 있고 그렇기에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누구보다도 작품에 대한 과물입을 보여주었던 손현주는 극중 인물을 대신해 하소연을 하는 것과 동시에, 함께 연기한 유해진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현주는 “영화는 소주로 시작해서 소주로 끝나기도 하지만, 소주보다는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나오는 많은 인간들이 얽혀 있기에 쉽지만은 않은 영화며, 인간들의 내적 갈등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난다”며 “유해진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줬다. 내가 보는 유해진답게, 역시 실망스럽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극찬했다.
배우들의 연기로 작품을 완성시킨 ‘소주전쟁’이지만 작품이 넘어야 할 현실의 산은 높다. 작품 외적으로 제작사와 연출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내홍을 앓고 있기 때문. 영화사 꽃의 대표이자 ‘모럴해저드’로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했던 최윤진 감독과 ‘소주전쟁’의 제작사 더램프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후, 양측은 3년째 ‘감독 계약 해지’를 둘러싸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갈등 속 ‘소주전쟁’은 제목 변경을 비롯해 감독의 이름을 제외하고 개봉일을 공지했으며, 21에는 최윤정 감독이 아닌 최윤진 ‘현장연출’이라고 표기하며 홍보자료를 배포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최윤진 감독은 “촬영과 1차 편집본까지 수행했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등은 이번 사안이 법원의 판단을 앞둔 만큼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다음 달 초에 나오는 가운데 ‘소주전쟁’ 측은 관련 질문이 나오자 MC 박경림의 입을 빌려 “법적인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현재 시점에선 제작진과 배우 측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추후 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별도 입장을 내거나 그에 관한 사안을 말씀드리는 자리를 마련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 최영준은 개봉을 앞둔 ‘소주전쟁’에 대해 “제작보고회를 앞두고 대본을 다시 봤다. 제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나아가지만, 흔들린 사람은 반성한다’고 써놓았더라. 아마 제가 그렇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 이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치열했구나, 이렇게 봐 졌으면 했던 거 같. 제가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는데 보시고 소주 한잔씩 마셨으면 한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손현주는 “‘소주전쟁’은 아주 치열한 영화다. 네 분의 연기자 말고도 많은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이제훈은 “재밌고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하다. 극장에 와서 이 영화를 보신다면 재밌는 영화의 케미를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소주전쟁’은 오는 6월 3일 개봉된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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