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충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9월 수출액이 3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역대 최대 수출액을 경신하며 수출 증가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자동차 역시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로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러나 늦은 추석 영향으로 9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4일 늘어난 것이 수출 증가의 주요 요인인 데다, 미국의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 수출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산업통상부의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9월 수출은 659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7%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60억달러를 넘어섰고, 자동차·기계·선박·디스플레이·바이오헬스 등 10개 주력 품목 수출도 늘어났다. 지역별로도 미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중동·아세안·중남미·인도 지역 수출이 크게 늘면서 미국 시장 의존도를 다소 낮추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수출 회복세 지속을 장담할 수는 없다. 당장 10월에는 최장 6일간의 연휴가 포함돼 있어 조업일수와 수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2%로 여전히 높은 반도체 의존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더 큰 문제는 대미 관세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관세 부담이 장기화한다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글로벌 분업구조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시장 다변화 정책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정부가 정교한 전략으로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수출 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하려는 기업의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수출 경쟁력 강화가 수반되지 않은 수출 호황은 일시적 착시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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