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이 9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낸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 금지, 대선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김 후보 측은 국민의힘이 한덕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며 후보 교체를 강제할 것에 대비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김문수는 경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한덕수 등과의 단일화 입장을 밝혔다"면서 "(김 후보) 당무우선권이 무조건 보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11일 후보 등록 마감일 전까지 단일화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를 놓고 법원 판단까지 받게 된 것은 한국 정치의 참담함을 또 한 번 보여준다. 대선 후보를 내부 합의로 결정도 못 하는 정당이 국민 뜻을 조율해 정책에 반영할 역량이 될지 의문마저 든다.
이날 기각 결정으로 국민의힘은 8~9일 김·한 후보 간 선호도를 놓고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거쳐 11일 전국위원회에서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 후보에게 우세한 결과가 나오면 지난 3일 선출된 김 후보를 교체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럴 경우 김 후보가 후보 교체 절차 무효를 위한 가처분 신청 등 추가 대응에 나서면서 당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국민 표심과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전부터 경선 후보들이 자기합리화와 자당 비판에 빠져 사분오열됐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은 대선 승리보다 당권 장악에 더 신경 쓴다는 비판도 받았다. 대선 후 당권을 차지해 내년 지방선거와 3년 뒤 총선 공천권까지 쥐려 한다는 것이다. 당원들도 본인에게 유리한 후보를 지지하며 대선 이후를 모색하고 있으니 단일화 잡음은 필연적이다. 선당후사 대신 사익을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탄핵된 정당으로서 국민에 반성하는 자세로 겸허하게 대선에 임해야 한다. 염치가 있다면 경선 과정을 매끄럽게 관리해 분란이 없도록 하는 게 도리다. 법원 결정까지 받고도 단일화 소란이 계속된다면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는 물론이고 정당으로서 존재 의의가 남아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