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폭력(건폭)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다시 활개 치고 있다고 한다. 일명 '건폭과의 전쟁'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벌였던 윤 전 대통령이 물러나자 건폭 세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금품 요구와 채용 강요, 업무 방해, 갖은 막말과 겁박 등으로 사업장 질서를 망가뜨리는 건폭의 등장 움직임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건설경기 하락까지 겹쳐 향후 건폭 활동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적시 단속뿐만 아니라, 건폭을 근절할 입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건설현장 하면 폭력이 판치는 모습부터 떠오르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한국노총은 서울 장위동 건설현장에서 사업 중인 골조업체를 불법 시공 등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노조원 고용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들은 현장에 나와 음악을 크게 틀고, 불법 드론 촬영 등으로 공사 진행도 방해했다. 이달 초에는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와 건설 현장 앞에서 피켓 시위도 벌였다.
특정 사업장에서 건폭 활동이 통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엇보다 건폭이 활개 치면 현장 질서가 무너지고 공사 지연,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져 회사와 부동산 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건폭의 사회·경제적 폐해가 크다면 어느 정권에서든 이에 대한 엄단은 지속해야 할 일이다. 특히 건설현장 불법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불법행위 신고포상제(건설산업기본법), 공사방해·금품요구 제재(건설기계관리법) 등을 담은 법안이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건설현장 불법을 감시할 특별사법경찰 도입(사법경찰직무법)도 좌초됐다.
대선 정국의 혼란을 틈타 건폭이 준동한다면 당국의 신속하고도 엄정한 조치가 중요하다. 그래야 건설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고 산업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당국은 '제2 건폭과의 전쟁'을 선포해서라도 건설현장이 과거 비정상적 상태로 회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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