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가운데 FTA 체결 시 우리나라의 대(對)일본 무역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석유화학과 플라스틱, 금속 등 일부 품목에서 한국이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차와 전자제품, 석유화학 등에서 이를 웃도는 대일본 수입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한일 FTA가 공급망 안정화를 가져오고 양국의 경제적 갈등에 대한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함께 제시됐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 등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당면한 지정학적 현실을 감안하면 무역수지를 넘어 더 높은 차원에서 안정적인 한일 경제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13일 산업연구원은 '한일 FTA 추진 시 예상되는 영향과 시사점' 분석보고서를 통해 FTA 체결에 따른 효과를 분석했다. 산업연은 한일 FTA 체결 시 한국의 대일본 수출 100대 품목 가운데 24개가 관세율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석유제품과 일부 플라스틱, 화학, 금속제품 등에서 즉각적인 관세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현재 대일본 수출의 17.8%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중요한 상품군인 석유제품의 경우 관세율이 1%대 이하로 낮아 관세 인하로 인한 추가적인 수출 증대 효과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한국의 대일본 수입 100대 품목 중에서는 54개 품목이 FTA 체결 시 관세율 인하가 가능한 품목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양허 제외 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현재 8% 수준인 관세율이 즉시 철폐될 수 있어 일본제 자동차의 수입 증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산업연은 한일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단순한 무역수지의 증감을 넘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를 활용한 중간재와 장비 등에 대한 보다 원활한 수입은 국내 제조업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증가가 가격 인하와 소비 선택의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산업연은 한일 FTA를 안정적인 한일 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놨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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