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05 13:36:45
암호화폐·디지털 자산도 설렌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맞아 시장에서는 증권·금융 업종과 지주사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후보 시절부터 상법 개정 공약과 ‘코스피 5000’ 공약 달성 의지를 거듭 강조했던 터라 현재 가격에는 기대감이 일정 수준 선반영됐단 평가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기대감도 무르익는다. 반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우려로 채권 시장은 긴장감이 감돈다.
1. 코스피: 증권·지주사 강세
증권가, LS·한화·CJ 등 추천
이재명 대통령 취임으로 시장에서는 코스피 재도약 기대감이 무르익는다. 대체로 증권·금융주와 지주사 강세 흐름이 기대된다. 대선 종료로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정책 기대감을 타고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증권지수는 올 들어 지난 6월 4일까지 50% 이상 올랐다. 증권 업종 대장주 미래에셋증권 최근 주가는 1만7000원대를 등락한다. 지난 5월 29일 장중에는 상한가인 1만747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사내 디지털자산솔루션팀을 재정비해 전담 조직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외 코스피 상장 21개 증권주 가운데 상당수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소형주 상상인증권 역시 올 들어 주가가 2배가량 올랐다.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LS증권, 대신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주요 증권주 대부분이 올 들어 6월 4일까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증권주 랠리는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이 주목받으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유튜브 라이브에서 5년간 1억원 규모로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코스피 5000 공약 달성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 등 금융주 강세도 뚜렷하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6월 4일 장중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도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새 정부의 정책 부양 기대감이 유효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등 자본 시장 활성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와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기업가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전보다 더 강력한 상법 개정(이사 충실 의무 대상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 움직임과 맞물려 대기업 지주사도 강세를 이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내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남용하고 주식 물적분할·재상장 등을 통해 알맹이를 쏙쏙 빼먹지 않느냐”며 “이런 나라가 없다. 상법 개정을 통해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이미 한 번 (통과)했으니까 좀 더 보완해서 세게 해야 한다”며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상장사 자사주 원칙적 소각과 자회사 분할 상장 시 일반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 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게 이 대통령 구상이다.
재계와 시장에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재계에선 경영권 방어는 물론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 등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것을 우려한다. 반면, 자본 시장에서는 대체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총수 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회삿돈을 자사주 매입에 쓰는 건 비효율적인 자본 배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SK그룹과 롯데그룹이 자사주 비중이 높다. 롯데지주의 경우 발행 주식 대비 자사주 비중이 32.5%로 주요 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옛 소버린 사태 당시 경영권을 위협받은 SK그룹도 지주사 SK㈜ 자사주 비중이 약 25%로 높은 편이다. 중견기업 중에서는 신영증권이 자사주 비중 약 53%로, 발행 주식 절반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증권사뿐 아니라 전 업권을 통틀어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신영증권 역시 오너 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보호하고 배당금 수령액을 늘리려 매년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이런 기대감을 타고 지주사 주가는 올 들어 강세 흐름이 뚜렷하다.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일반지주회사 99개사 합산 시가총액은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17% 올라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 11%를 웃돌았다.
대선 직후 6월 4일 증시에서도 지주사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조선업 호황까지 만난 HD현대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최근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바라본다. 롯데지주, 한화, 효성, 두산, LG, CJ 등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박건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법 개정 등 일반주주 보호 강화 관련 정책이 계속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일반주주 보호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일반주주 보호 강화 시 그동안 지주사 순자산가치(NAV) 할인 요인인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 상충 이슈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도 “지주사 저평가는 자회사 중복상장, 상속 승계 과정에서 주가 부진, 소극적인 자사주 소각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국내 증시부양 과정에서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섹터인 지주사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LS, 한화, SK, CJ 등을 추천주로 꼽는다. 주요 자회사 실적 개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율과 주주환원율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2.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기대감↑
토큰증권도 가시화
제도권 진입 기대감이 큰 가상자산 시장도 대체로 이 대통령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토큰증권(ST·Security Token)과 가상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디지털 자산 상품 법제화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을 전후로 가장 주목받는 정책 수혜주는 ‘토큰증권’이다. 이 당선인이 토큰증권의 조속한 법제화를 공약한 덕분이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예술품·부동산·선박 등 이색 자산을 디지털화해 지분 단위로 쪼개는 ‘조각 투자’의 핵심 인프라로, 제도권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단 평가다.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상 ‘비정형 증권’으로 분류되지만, 명확한 법적 기준이 미비해 지금까지 대규모 발행·유통에 제약이 컸다. 최근 여야 합의로 마련된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둬 토큰증권 제도화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특히, 토큰증권은 발행 구조상 금융위원회 규제 체계 내에 존재해 가상화폐보다 제도화에 따르는 부담이 적은 게 강점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토큰증권 사업 진출 채비를 갖추는 중이다. IT 기업과 조각 투자 전문 업체까지 가세해 생태계 확장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의 또 다른 이슈는 ‘가상화폐 현물 ETF’ 제도화다. 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 상품으로, 이미 미국·홍콩에서는 금융당국 승인을 받았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상화폐 ETF 도입 의지를 밝혔던 터라 새 정부 주요 디지털 금융 정책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가상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과세 체계 또한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기본법 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의 제도권 편입 여부도 시장 이목을 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암호화폐로, 글로벌 송금·결제 수단으로 급부상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57조원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 마련을 공약으로 내놨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화폐 대체 수단이라는 특성과 달러-원화 간 자본 통제를 우회할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탓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신중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미 정부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3. 채권: 추경 땐 금리↑
관망 후 저점 매수
채권 시장은 대체로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최근 국고채 금리는 대선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전망에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던 터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추경을 절대 안 된다고 그렇게 반대하던 분들이 갑자기 35조원 추경하겠다고 했다. 최소한 그 이상 하면 된다”며 “내수 회복, 재정만으로는 안 되는데 지금은 완전 말라비틀어지게 생겼다. 내수 회복을 위한 서민 지원 예산, 여기에 집중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보통 추경을 하면 국고채 발행이 늘고 구축 효과로 시장 금리는 오른다. 구축 효과는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국채가 대규모로 발행될 경우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여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하락한다. 김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더불어민주당이 거론하는 2차 추경이 현실화할 경우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커지고 국고채 금리가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향후 새 정부 추경 여부와 금리 영향을 확인한 뒤 채권 투자에 나서라는 게 다수 전문가 시각이다. 국내 채권 시장 관계자는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측돼 국고채 수요가 다소 늘었다”며 “다만 추경을 감안하면 지금은 국고채를 살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채 발행으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도 상쇄할 수 있다. 국고채 등 채권은 금리가 높을 때 샀다 떨어진 후에 팔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달리 말해, 지금 채권을 매수한 뒤 금리가 뛰면 손해를 볼 수 있다. 국고채를 사더라도 추경이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한 뒤 매입을 시도하란 조언이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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