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철 한국선급 회장 28년부터 IMO탄소배출 규제 韓 선박 친환경비율 5.9% 불과 선박 경제성 탄소비용이 좌우 한국선급, 디지털 플랫폼으로 친환경 운영전략 신속 유도
올해 4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8년부터 선박들이 사용하는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글로벌 해운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규제로 한국 해운사들도 국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부과금을 납부해야 할 처지다. 비상이 걸린 한국 해운업계는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불확실한 해운업황 탓에 자칫 투자비만 날릴 수 있어 전략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사진)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고객 선사들이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대응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6월 중 디지털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60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국제 협약과 선급 규칙에 따라 선박 심사를 시행하는 한국 유일의 국제 공인 선박검사기관이다. 한국 외항선의 95%가 한국선급에 등록돼 있다.
한국선급 고객들은 플랫폼을 통해 선박마다 맞춤형 친환경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회장은 "같은 배라도 운항하는 항로, 남아 있는 수명 등에 따라 친환경 전환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며 "반드시 배를 새로 만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에너지절감장치(ESD)를 활용해 친환경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연료효율이 높은 프로펠러로 교체하거나 공기윤활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선급은 IMO의 규제가 발표되기 전부터 국내 선사들을 상대로 친환경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이 회장은 "대형 선사들은 기술팀이 있어 어느 정도 솔루션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는데 중소형 선사들은 힘들 수 있다"며 "연료유 가격 같은 디테일한 정보를 입력하면 친환경 전략을 대략 짜주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선급의 플랫폼은 그동안 대형 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선사에 3~4명의 기술팀을 동원해 길게는 6개월간 컨설팅을 진행한 경험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이 회장은 국내 선사들의 친환경 전환이 전 세계에 비해 많이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선박의 25년 운항 기간 총 소요비용을 분석해보면, 처음 선박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1이라고 할 때 탄소세가 최소 6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탄소 비용이 선박의 경제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선사들이 뒤늦게 신조 발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따라 신조선 수요는 단기간에 폭증하고 선가는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선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선대 중 친환경 선박 비중은 5.9%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지금 국내 선사들은 최적의 선대 운영 전략을 빨리 수립하고, 신조 발주나 연료 효율성이 좋은 선박으로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철 회장 △1958년 통영 출생 △한국해양대 항해학 학사 △1981년 조양상선 등 승선 (1등 항해사) △1988년 한국선급 입사 △2015년 한국선급 사업본부장 △2019년~ 한국선급 제24·25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