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30 06:00:0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화폐는 뭘까요? 이 질문을 들은 사람의 대부분은 아마 ‘미국 달러화’를 떠올릴 거예요. 비트코인 같은 새로운 화폐도 등장했다지만, 여전히 국제 금융 거래의 기본 단위로 여겨지며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화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에요.
그런데 달러화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노리는 화폐가 있어요. 바로 중국 위안화예요. 중국이 오래전부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오긴 했지만, 요즘 들어 확실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대요. 얼마 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일까지 벌어져 달러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앞으로는 위안화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어요.
사실 많은 분들이 유럽연합(EU)이 쓰는 유로화나 일본의 엔화를 미국 달러화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화폐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물론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볼 수 있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규모를 보면, 이미 위안화가 달러에 이은 2위 화폐예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 전 세계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가 사용된 비중은 7%였어요. 유로화(6%)를 제치고 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죠. 물론 1위인 달러화(81%) 결제 비중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위안화가 확실한 주요 화폐로 자리 잡은 건 분명해 보여요.
특히 국제 송금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은 미국이 주도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7%는 꽤 큰 의미가 있어요. 중국은 아예 SWIFT 대신 ‘위안화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는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도 만들어서 확산시키고 있거든요.
2015년에 출범한 CIPS는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약 1700개의 참여 은행을 확보했다고 해요. 참여 은행 수는 최근 3년간 30% 가까이 늘었어요. 중국이 오랫동안 공들여 온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교역로)’와 적극적으로 연계해 참여 은행을 빠르게 늘렸대요.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나라는 150개에 이르거든요. 중국은 이런 나라가 무역과 금융 거래에 위안화를 쓰도록 장려하고 있어요.
중국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의 해외 진출도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영토를 넓혀가는 데 일조하고 있어요. 위챗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최근 40개를 넘어섰어요.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위챗페이를 사용하면, QR코드로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최근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중국 내 주요 은행에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 비율을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는 뉴스도 보도됐어요. 은행들을 압박해 은행을 이용하는 회사들이 무역에 위안화를 쓰도록 유도하는 거예요. 기존에는 무역 거래의 25% 이상을 위안화로 해달라고 했는데, 최근 들어 이 기준을 40% 이상으로 올렸대요.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국과 무역을 많이 하는 한국은 바로 영향을 받는 모양새예요. 실제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물건을 수출하는 업체들이 ‘결제는 위안화로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요. 중국 수출업자에게 위안화로 대금을 지급하는 비중은 2020년엔 6.5%였지만, 작년엔 13.7%로 2배 이상 커졌어요.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미국 달러화의 신뢰도가 여러모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며칠 만에 관세 부과 계획을 뒤집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고, 그 결과로 미국의 신용도가 하락하기도 했으니까요.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유럽연합(EU)도 유로화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분위기예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경제 개혁과 정치적 단합을 통해 유로화의 역할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는 “달러의 지배적 역할을 두고 불확실성이 언급된다”며 “이런 변화는 ‘글로벌 유로화 시대’를 열어주고 있다”고 했어요.
무역 결제 비중에선 중국 위안화에 밀리긴 했지만, 유로화는 여전히 세계 각국이 신뢰하는 통화라는 점에서 위안화에 앞서는 면이 있어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57.4%)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유로화(20%)였어요. 엔화(5.8%)와 위안화(2.2%)보다 훨씬 큰 수치예요. 여러 정부가 유로화를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이런 면을 고려하면, 위안화가 독보적인 ‘2위 화폐’를 차지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앞으로 위안화와 유로화가 달러화의 영향력을 조금씩 빼앗기 위해 경쟁할 것으로 예상돼요.
중국이 위안화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면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전쟁’에서 ‘통화전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해요. 꾸준히 위안화 사용이 늘어나고 유로화나 호주 달러, 엔화의 결제 비중이 감소하는 만큼 향후엔 ‘달러와 위안’이라는 양강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주장이에요.
다만 중국 경제가 여전히 불투명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은 극복하기 힘든 한계로 꼽혀요.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가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환율에 영향을 준다는 점, 중국의 금융서비스 시장이 개방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중국 화폐의 위상을 ‘세계 화폐’로 조금씩 높여가며,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중국. 당장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란 힘들겠지만,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과연 달러화는 압도적인 신뢰도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