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7 09:23:17
버핏 후계자는 캐나다 ‘흙수저’ 출신
경이로운 실적 이어갈 가능성 낮아
버핏 회장 후계자인 에이블 부회장은 캐나다 출신 ‘흙수저’다. 버핏 회장은 지난 2월 주주 서한에서 그의 오랜 투자 동반자이자 단짝이었던 故 찰리 멍거에 에이블 부회장을 빗댔다. “찰리처럼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며 버크셔의 가치투자 문화를 잘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는 뜻을 담았다. 버핏 회장은 2021년 에이블 부회장을 후임으로 공식 지목했고, 이후 수차례 후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
그는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부터 빈 병을 줍고 소화기에 소화 용액을 채우는 일을 하며 노동의 가치를 배웠다. 연방하원에서 4선 의원을 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잡화점에서 일하고 신문 배달을 하며 스스로 투자자금을 모았던 버핏 회장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한다.
앨버타대 졸업 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1992년에 당시 직원 500명 정도 소규모 전력 회사였던 칼에너지로 이직했고, 1999년 이 회사가 버크셔에 인수돼 미드아메리칸에너지(현재는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로 바뀌며 버핏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8년 미드아메리칸에너지 CEO에 올랐고, 2018년 버크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벌링턴노던샌타페이(BNSF) 철도 등 버크셔의 주요 제조·소매 자회사를 총괄해왔다. 2021년 후계자 발탁 당시 WSJ는 에이블을 “빈틈없는 해결사”라고 평가했다. 버핏과 달리 공개적으로 나서는 성향은 아니지만, 더 직접 경영에 관여할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AP는 다만 그가 버핏에 필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버핏은 수십년간 적절한 시점에서 투자를 단행해 버크셔를 성장시켜왔지만, 지금의 버크셔는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울 만큼 덩치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대표 가치투자자로 ‘워런 버핏 바이블 2021’ 저서에 참여한 최준철 VIP투자자산운용 대표는 “버핏 회장이 CEO에서 물러나지만 회장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여전히 영향력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마이클 조던 없는 시카고 불스처럼, 버크셔 주주 입장에서는 버핏 없는 버크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주총에서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후계자를 명확히 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이 버크셔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도 후계 구조를 탄탄히 만들기 위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 대표 역시 버크셔가 과거와 같은 경이로운 수익률을 내기는 어렵다고 봤다. 실제 천문학적인 수익률은 버크셔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 거뒀고, 최근 주가는 S&P 정도에 머무른다. 덩치가 커진 만큼 앞으로도 극적인 수익률을 내기란 만만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최 대표는 “다만 펀드가 아닌 자회사 구조라 매출이나 이익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듯 보인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지주회사 구조가 맞는지, 행동주의 펀드의 도전은 없을지, 버핏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을 아들인 하워드 버핏이 승계했을 때 새로운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지 등이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0호 (2025.05.21~2025.05.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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