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3 15:09:57
특성화고·폴리텍대 학생 줄어든다?
‘네오블루칼라’ 직종에 진출하는 젊은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대세’라고 보기는 힘들다.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아직 남아 있는 블루칼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동시에, 교육 제도 개선이 동반돼야지만 ‘네오블루칼라 열풍’이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조건 블루칼라 선호? NO
고용 안정성 불안…취업 유지율↓
블루칼라로 일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이 힘들다는 분위기다. 여전히 사무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남아 있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고용 안정성이 불안하다는 점, 둘째는 사회 속 부정적 인식이다.
최근 네오블루칼라 직종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일부 성공 사례가 미디어에 노출된 영향이 크다. 다만, 이는 잘 풀린 그야말로 일부 사례일 뿐, 여전히 고용이 불안정한 게 현실이다.
통계로 여실히 드러난다. 생산직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자 수는 2018년 3만7954명에서 매년 감소 중이다. 취업 유지율도 낮아 직업 안정성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 후 6개월 유지율은 76.6%, 12개월 후에는 64.4%에 그친다. 10명 중 3~4명이 1년 내에 직장을 그만둔다는 소리다. 블루칼라 시장에 뛰어든 취업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현장 관계자들도 ‘네오블루칼라’가 대세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토로한다. 특히 회사 환경이 열악하거나, 반복적인 단순 노동을 요구하는 곳일 경우 젊은 세대는 대부분 버티지 못한다.
최지혜 구미전자공고 마이스터부 교사는 “공고 학생도 대부분 대기업·공기업 취업을 원한다. 겉으로 보면 블루칼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화이트칼라에 가까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요즘 학생들이 블루칼라를 선호한다고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네오블루칼라 열풍 지속되려면
인식 개선·교육 제도 개선 동반돼야
전문가들은 ‘네오블루칼라’ 열풍이 ‘반짝 인기’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단기 현상을 넘어 제대로 된 직업 트렌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과 교육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용랑 전 동아마이스터고 교장은 “고졸자와 숙련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관점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근 블루칼라 선호 현상은 단기 열풍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편견 극복이 시급하다. 여전히 블루칼라 직종은 전망이 어둡고, 2030대가 일하기 어려운 직업이란 시선이 팽배하다. 실제 블루칼라 직종 전망은 밝아지는 중이지만 여전히 높은 부정적 생각 장벽이 이를 가로막는다. 블루칼라 전체를 싸잡아 이른바 ‘노가다’ ‘3D 업종’이라고 격하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안재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화하는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낮다면 자동화 전환에 시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화이트칼라보다 블루칼라가 AI에 일자리를 뺏길 위험은 더 적다”며 “도배, 이·미용, 전기기술사, 용접공 등 AI와 로봇이 진출하기 힘든 ‘네오블루칼라’ 직종은 AI 시대 오히려 유망한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루칼라는 2030세대가 일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엄밀히 따지면 근무 환경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몸만 썼던 과거 현장과 달리, 최근에는 IT를 접목한 최신 공구가 적극 도입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도 나이가 어리고, 최신 장비를 다루는 데 익숙한 2~30대 인력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구 e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정재영 공구로운생활 대표는 “집수리와 인테리어를 요구하는 고객분도 2030 기술자를 더 선호하고 많이 찾는다. 최신 공구를 비롯한 장비 활용력이 뛰어난 데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작업 외 행정 처리 과정에서 깔끔하다는 이유”라며 “또, 시대에 맞춰 작업에 사용하는 공구도 블루투스 기기나 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젊은 기술자들이 갖는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수준 높은 네오블루칼라 인력의 지속 양성을 위해선 특성화고, 폴리텍대 등 전문 기관 활성화가 필수다. 현재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특성화고·폴리텍대는 학생과 학교 수가 모두 줄어들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 수는 2011년 33만7000여명에서 현재는 19만6000여명으로 40%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고교생 감소율(33.5%)보다 더 큰 폭이다. 같은 기간 학교 수는 2011년 476개교에서 2021년 464개교로 감소했다.
이병철 대표는 “교육 과정 혁신과 산업 연계 강화를 통해, 고졸 취업자를 지원하고 평생 직업 능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특성화고와 폴리텍대를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 제도가 똑바로 자리 잡아야 제대로 된 숙련 기술자를 양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모든 블루칼라 직종이 ‘핫’한 것은 아니다. 단순 조립, 배송과 같은 기존 블루칼라 직업은 오히려 로봇이나 자동화 기계에 밀려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많고 자동화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종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용접, 전기설비, 배관 정비 등을 추천하는 이가 많았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유망 업종으로 꼽은 분야는 용접이다. 기업 현장에서 수요가 꾸준한 데다 자동화가 어려운 분야여서다. 용접의 경우 고객 요구에 따라 해야 하는 작업 형태가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형태의 결과물만 만들 수 있는 로봇이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김태우 한국 폴리텍대 교수는 “현재 자동 용접 기술이 도입됐지만 현장별 다양한 자세와 조건에서 사람 손기술이 필요하기에 로봇 대체가 제한적인 분야다. 조선·플랜트 업계의 호황으로 용접 인력이 부족해 국내 조선소 등은 외국인 기술자를 받을 정도다. 숙련도가 높으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블루칼라 직종으로서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설비는 삶과 직결된 ‘필수 직종’이란 점에서 전망이 밝다. 아파트, 공장 건설 현장 등에서 전기공사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자격증만 취득해도 러브콜이 쏟아지는 직종이다. 자격증 획득 난이도도 낮아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최창원 전 경북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교장은 “전기공사 기사 등 경력에 따라 상위 자격증을 취득하면 고소득이 가능하다. 자영업을 하기에도 유리한 직종이다. 자격증 취득은 비전공자도 소정의 교육 이수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허들이 낮다”고 설명했다.
배관 정비는 ‘구축 건물’이 늘어나는 한국 부동산 상황에 딱 맞는 직업이다. 인구 감소로 신규 건설은 줄어도 기존 시설의 유지보수 수요는 꾸준하다. 또한 배관 설비 작업은 현장마다 상황이 달라 고도의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AI나 로봇이 대신하기 어렵다.
“배관 시공원의 경우 비교적 일을 배우기가 쉽고 경력이 많아질수록 숙련도가 향상된다. 독립하여 1인 자영업을 창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정년이 없다는 점에서 도전해볼 만한 직종이다.” 김용랑 전 동아마이스터고 교장의 설명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지유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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