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月방문 800만명 붕괴 은행 찾는 사람 점점 줄지만 당국 압박에 문 닫기 어려워 올해 폐쇄 예정 겨우 1곳뿐 은행대리업·AI 무인점포 촉각
디지털화로 은행 점포를 찾는 사람이 점점 줄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루에 내방객이 10여 명 수준인 점포의 경우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폐쇄하거나 통합해야 하지만, 금융소외계층의 불편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 지침이 있어 쉽지 않다. 은행들은 오는 6월 대선이 끝나고 나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은행 업무 대리업 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월평균 방문 고객 숫자는 800만명을 밑돌았다. 5대 은행이 관련 수치를 집계한 이후 800만명 선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 점포에 직접 방문해 업무를 보는 사람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디지털이다. 현금 수요가 확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최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3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발표한 '2024년 지급수단·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 수단 중 현금 비중은 15.9%로 신용카드(46.2%)는 물론 체크카드(16.4%)에 비해서도 처졌다. 사람들은 은행을 찾지 않지만, 그렇다고 은행들이 점포를 없애기도 쉽지 않다. 농협은행이 오는 7월 1개 출장소 문을 닫는 것 외엔 아직 예정된 게 없다.
은행들은 지점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현지에 필요한 인력을 두는 게 가장 큰 부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공공기관인 우체국을 통한 통합 점포 운영이나 편의점·대형마트 등 비금융법인의 업무 대체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일단 올 7월부터 은행대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시범 운영을 시작하기로 한 상태다.
일부 은행에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인 점포 운영 확대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무인형 점포인 '디지털라운지'를 현재 77개 운영 중인데, 이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점포를 한 곳에 고정하지 않고 '찾아가는' 이동 점포도 대안이다. 하나은행은 금융취약계층인 고령층과 외국인, 소상공인을 직접 찾아가는 '움직이는 하나은행'을 배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