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5 09:24:10
한국 경제 성장동력 K반도체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조로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대표 주자 실적은 날개를 달았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슬아슬해 보인다. 중국 정부의 파격 지원을 등에 업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이 우리를 바짝 뒤쫓으면서 머지않아 K반도체 위상이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K반도체 산업은 과연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한국 반도체 수출 급감
범용 메모리 부진에 2월 수출 마이너스
최근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둔화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2월 반도체 수출은 96억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2월 31.5%에서 올 1월 8.1%로 둔화하더니 급기야 2월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2월 반도체 수출 내역을 들여다보면 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인 DDR4와 낸드 고정 가격이 각각 25%, 33.1% 하락하면서 전년 동월(99억달러)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DDR5와 낸드 가격이 하락한 것은 중국 영향이 크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지난해 DDR4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가격 인하를 추진해 글로벌 D램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 덤핑 수준으로 범용 D램 물량을 시장에 대거 쏟아내면서 수급 불균형을 불러왔다. CXMT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잠식해온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메모리 분야 만년 3위였던 미국 마이크론 움직임도 심상찮다. 마이크론은 최근 차세대 메모리인 10나노급 6세대 D램 시제품을 고객사에 내보냈다고 밝혔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온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D램을 개발한 SK하이닉스를 제쳤다는 의미다. 마이크론 D램 신제품은 이전 제품보다 최대 15% 빨라졌고 전력 소모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이 고객사 검증 작업을 마친 후 대량 양산에 돌입하면 D램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 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94.1%)보다 낮은 2위다.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도 한국이 84.1%로 중국(88.3%)보다 낮다. 전력 반도체 역시 한국이 67.5%, 중국이 79.8%로 차이가 크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은 한국이 81.3%, 중국이 83.9%다. 그나마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만 한국과 중국이 74.2%로 같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앞서 2022년 진행한 기술 수준 평가에서는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에서 한국이 중국에 앞서 있다고 봤지만, 불과 2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그만큼 K반도체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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