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5 00:17:58
한국관광공사는 여행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는 콘텐츠 ‘요즘여행’을 발간한다.
요즘여행에서는 아직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감각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먼저 주목받고 있는 국내 여행지 혹은 여행 법을 격월로 소개하고 있다.
요즘여행의 첫 번째 테마는 ‘해양관광’이다. 공사는 ‘5월 바다가는 달’을 맞이해 요즘 감각이 묻어나는 해양관광 5선을 선보인다.
바다로 떠나는 여행은 계절을 불문하고 항상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내비게이션 데이터 분석 결과 자연관광지 부문 목적지 검색 1~10위가 모두 해변, 해수욕장이었다.
바다를 여행하는 가장 요즘다운 방법으로 공사가 추천하는 콘텐츠는 △고창 명사십리 해변 승마 △신도와 시도 라이딩, 모도 예술 투어 △어싱성지 태안 기지포해수욕장 △부산 광안리 SUP 요가 △하도어촌체험휴양마을 해녀물질체험 등이다.
▶ 고창의 숨은 보물, 명사십리에서 즐기는 해변 승마
전북 고창군의 서쪽, 상하면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이곳엔 아직 정식 명칭은 없지만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슬슬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비밀스런 해변이 한 곳 자리한다.
지역민은 이곳을 ‘명사십리해변’이라 부른다. 명사십리는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10리(약 4㎞)에 걸쳐 이어진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여기 해변은 ‘십리’의 약 두 배에 달하는 8㎞ 길이다.
명사십리 해변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이다. 이곳에서 누구나 쉽게 승마를 배우고, 숲과 해변을 달려보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2013년에 처음 문을 연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은 승마 실력, 경험 횟수에 맞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승마 부츠와 보호 조끼, 헬멧 등 기초적인 장비를 추가 비용 없이 빌려주기도 한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에서 승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예약이 필수다. 동물을 다루는 활동인 만큼, 말의 상태와 날씨, 바다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해변 외승은 간조 시간대를 파악해야 승마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승마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말의 휴식을 위해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원형 마장을 돌아보는 기본 승마 체험 △소나무 숲길 외승 △해변 외승 △해변과 숲길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해변+숲길 외승 등이 있다.
시간대를 잘 맞춘다면 해 질 녘의 명사십리 해변을 감상하며 승마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황금빛으로 물든 명사십리 해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 라이딩으로 즐기는 신도와 시도, 모도의 예술 감성
신도와 시도, 모도는 인천 용유도와 강화도 사이에 자리한 섬이다. 세 개 섬 여행의 출발점이 신도인데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10분이면 닿는다. 삼목선착장 또한 운서역(공항철도) 기준 버스로 20여 분 거리다.
라이딩 매니아들에게 신도, 시도, 모도 일주도로는 이미 유명한 코스다. 세 섬은 연도교로 연결돼 이동도 매우 편하다. 걸어서 섬을 돌아보려는 여행객도 제법 많다.
신도선착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자전거와 바이크를 빌릴 수 있는 업체가 운영 중이다. 섬 도로의 특성상 오르막길이 많아 자전거를 대여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시도는 세 섬의 행정기관이 모인 곳이다. 북도면사무소와 우체국, 주민 편의시설 등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시도의 중심가를 빠져나오자 길 양쪽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한적한 섬 풍경이 이어진다.
시도 수기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풍경이 아름다운데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카약과 패들보드 체험도 가능하다. 성수기를 앞둔 해수욕장에서 여유롭게 해변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다.
이윽고 연도교를 건너면 모도가 나온다. 다리 입구 왼쪽 갯바위 위로 특이한 조형물이 보이는데 이것은 모도 조각공원을 조성한 이일호 작가의 작품이다.
이일호 작가의 작품을 더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모도에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다. 수십여 개 작품이 해안가에 설치해 바다 풍경과 더불어 작품 감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밀물과 썰물 때로 바뀌면서 바닷물에 일부 잠겼다가 서서히 나타나는 나무 모양의 작품이 해안가에 서 있는가 하면 사람 모습을 닮은 작품까지 다양했다. 바다 너머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착륙하는 항공기 또한 수시로 볼 수 있다.
▶ ‘맨발의 청춘’ 슈퍼 어싱 성지, 태안 기지포해수욕장
‘어싱(Earthing, 접지)’은 땅(Earth)과 진행형(ing)의 합성어로 맨발을 접촉해 지구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행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맨발 걷기다. 몸속 정전기는 땅으로 내보내고, 땅의 음이온을 신체로 받아들이는 것. 수분이 있는 흙길이나 바닷가 모래해변에서 걸으면 어싱 효과가 높아진다고 해서 ‘슈퍼 어싱’이라 부른다.
양말을 훌러덩 벗어던지면 어디든 슈퍼 어싱이 가능하지만, 태안 기지포탐방센터는 세족대와 신발 보관대 등을 갖추면서 탐방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슈퍼 어싱 구간은 총 1.89㎞, 기지포탐방센터를 기착점으로 두 개의 코스로 나뉜다. 센터를 중심으로 삼봉해변까지 1코스(1.09㎞), 꽃지해변 방향으로 내려가는 창정교까지 2코스(0.8㎞)다.
왕복 2시간 정도면 완주 가능한 가벼운 산책코스다. 국내 유일한 해안국립공원을 걷는 데다, 170.3㎞의 태안해변길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노을길’을 포함한 구간이니 더욱 특별하다.
갯벌의 올록볼록한 물 자국 위주로 밟으면서 지압 효과도 누린다.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풍경마다 전설을 품고 있어 흥미롭다. 옛날 병든 딸을 돌보지 않고 돈 모으기에만 급급했던 한 수전노 어부가 있었다.
딸 셋이 모두 병을 얻어 죽었고 한 맺힌 딸 셋의 무덤이 봉우리가 됐다는 이야기가 ‘삼봉해변’에 전해진다. 삼봉 옆 무덤 모양의 바위산은 아내의 화신이다.
바위에 뚫린 구멍은 수전노 어부를 데리고 승천한 용이 나온 ‘용난 구멍’이라고 불린다. 제일 왼편 ‘갱지동굴’은 해식동굴을 배경으로 한 사진스폿이니 놓치지 말자.
방풍림 역할의 곰솔도 옆구리에 끼고 걷는다. 걷다보면 뾰족한 연필로 쓰윽 눌렀을 것 같은 크기의 구멍과 주변에 모래알이 발견된다. 이를 경단이라 부른다.
달랑게 혹은 염랑게가 집을 짓고 먹이를 섭취하는데 경단은 모래에서 유기물을 빨아들이고 뱉어낸 흔적이다.
이제 국내 3대 낙조명소로 꼽히는 꽃지해변을 향해 걷는다. 붉은 햇덩이가 할미, 할아비 바위 사이로 떨어질 때를 기다린다.
꽃지해수욕장은 올해까지 7회 연속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명소이자, ‘대한민국 정원 태안’ 슬로건에 걸맞은 바다정원을 품고 있다.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 바다에서 누리는 극강의 힐링, 부산 광안리 SUP 요가
SUP은 스탠드업 패들보딩(Stand Up Paddleboarding)의 약자로, ‘썹’ 또는 ‘에스유피’라고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편하게 ‘패들보드’라고도 한다.
어려운 기술이 요구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이 부각되며 전국에 SUP을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광안리해변이 대표적인 SUP 성지로 꼽힌다.
명성에 걸맞게 해변에는 SUP 체험에 특화된 SUP 존(SUP Zone)이 별도 조성되어 있다. 입문자부터 고급자까지 누구나 편하게 패들보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샤워장, 보드 보관대 같은 편의시설을 갖췄다.
크레이지서퍼스라는 업체에서 5월부터 SUP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두 가지 SUP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하나는 해변에서 패들보드를 활용해서 이뤄지고 다른 하나는 바다에 패들보드를 띄우고 진행한다. 초보자에게는 아무래도 안정감이 있는 전자를 추천한다.
SUP 요가 프로그램이라고 요가만 하는 건 아니다. SUP 기본 교육과 체험이 포함된다. 전문 강사가 패들보드 드는 법부터 앉고 서는 법, 방향 전환법, 노 젓는 법, 멈추는 법 등을 꼼꼼하게 알려준다.
이론 교육이 끝난 후에는 바로 실전을 위해 바다로 간다. 먼저 앉아서 탔다가 이내 자세가 익숙해지면 보드를 밟고 일어선다.
초보자도 두어 차례 서다 빠지기를 반복하다보면 혼자 서서 노를 저어 나아갈 수 있다. SUP 요가 프로그램은 5월 3일부터 11월 16일까지 주말에만 운영하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 해녀로 하루 살기, 하도어촌체험마을 해녀물질체험
바다에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아가는 해녀는 2015년 해양수산부 국가 중요어업유산 제1호,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보전되고 있다.
해녀의 고장 제주도는 바람과 돌, 그리고 여자가 많아 예로부터 ‘삼다도(三多都)’로 통했다. 여기서 여자는 해녀를 말한다.
해녀는 제주도 외에도 부산, 남해와 동해 연안에 분포하며 일본, 동남아, 러시아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해녀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에 등장했기에 제주도에서는 ‘잠녀’의 제주도 방언인 ‘좀녀(ᄌᆞᆷ녀)’ 또는 ‘좀녜(ᄌᆞᆷ녜)’라고 부르거나 ‘물질하러 간다’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현직 해녀의 수가 가장 많은 곳이 구좌읍 하도리다. 하도리는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40㎞ 지점에 자리한 해안 마을로 우도, 성산일출봉, 지미봉, 토끼섬과 인접해 제주 동쪽 여행 코스로 빠지지 않는 명소다.
제주도청 해녀문화유산과 해녀정책팀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제주도 전체 해녀 수는 2623명인데 그중 7%에 해당하는 186명이 하도리에 거주한다.
‘하도어촌체험휴양마을 해녀물질체험’은 해녀물질체험은 물질 경력 40년이 훌쩍 넘는 현직 해녀와 동일한 장비를 착용하고 함께 바다에 입수해 해산물을 채집한 뒤 잡은 해산물을 시식하는 오감형 체험 프로그램이다.
하도어촌체험휴양마을 해녀물질체험은 4월부터 10월까지 하루 2회(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에 걸쳐 2시간가량 진행한다. 시작 시간은 물때에 따라 30분 정도 변동될 수 있다.
슈트 안에 입을 수영복과 갈아입을 옷, 샤워 용품 정도만 챙겨오면 되고 물질에 필요한 슈트, 물안경, 오리발, 태왁(물질 도중 몸을 의지하는 뒤웅박), 망사리(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어구), 빗창(전복을 떼어낼 때 쓰는 납작하고 길쭉하게 생긴 쇠붙이), 까꾸리(바위틈에서 자라는 해산물을 채취할 때 쓰는 어구) 등의 장비는 대여할 수 있다.
물질체험 외에도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바릇잡이, 대나무낚시, 스노클링, 원담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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