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4 08:11:38
■ 이웅희 H2O 호스피탈리티 대표 UAE 등 7개국에 디지털 전환 기술 제공 H2O의 궁극적인 목표는 “살아남는 것”
“아부다비의 소울비치는 웬만한 지중해 해수욕장보다 아름답고요. 관광객 입장에서 더 대박인 건 관광 자원입니다. 아부다비의 섬인 사디야트섬에서는 전설적인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지은 ‘구겐하임 아부다비’,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 등 어마어마한 건축가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죠.”
언뜻 들으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현지 가이드의 말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부다비를 비롯해 중동에 푹빠진 듯한 이 말의 주인공은 이웅희 H2O 호스피탈리티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아부다비로 거주지를 옮겨 살고 있다. 중동 시장에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출하기 위함이다.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은 그와 여행플러스가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H2O란 회사명은 물을 뜻하는 원소에서 착안했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인 물처럼 우리도 레저 사업군에 있어서 필수 요소가 되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저희 기업은 관광, 숙박, 레저, 공항 등 총 네 가지 분야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DX) 등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합니다. 일명 ‘모듈러 솔루션’이라고 부르는 총 4가지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일본·태국·베트남·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사우디 등 7개 국가에 진출해 있습니다.
대학교 때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무렵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으로 나왔었죠. 그때 다른 산업군은 이런 기술로 산업 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왜 ‘호스피탈리티 산업’은 기술에 투자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품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핵심은 접객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서비스가 핵심 가치이기에 정 없어 보이는 기술의 도입이 꺼려졌던 거겠죠. 그런데 코로나19가 오면서 이 산업군에서도 역시나, 기술이 필요해지더라고요. 창업 전부터 기술 시장의 가능성을 봤던 게 사업 출범의 큰 계기였습니다.
저희는 ‘스마트 통합 예약 시스템(CRS)’을 운영합니다. 한마디로 온오프라인의 판매 채널에서 발생하는 예약부터 결제까지의 절차를 모두 자동화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다음으로는 ‘스마트 체크인’이 있는데요. 이름처럼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모바일 웹에서 객실 비밀번호 등을 발급받아 비대면 입실과 퇴실 등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세 번째는 ‘스마트 컨시어지’인데요. 각 국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시지 앱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 서비스죠. 스마트폰 안에서 ‘클릭’ 한 번으로 룸서비스부터 객실 청소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네 번째 솔루션인 ‘스마트 인게이지’는 이용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재방문율을 높이고 수익률을 위한 개선 방안 등을 제안합니다. 여행객과 관련한 데이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업 측에 쌓일 수 있게 만들어 더 좋은 사업을 일굴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기술인 거죠.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호텔 등을 비롯해 많은 숙박시설이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기업형 호텔은 돈을 잘 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굳이 기술 도입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죠.
그런데 팬데믹 기간 기업형 호텔이 하나같이 ‘아차!’ 했습니다. 투숙객을 받기 위해 고객 데이터를 보려고 했는데 그간 쌓아둔 데이터가 없었으니까요. 이 시기 호텔 사이에서 ‘우리는 왜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가’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당연합니다. OTA 등 온라인 여행 플랫폼을 거쳐 상품을 판매하고 그 플랫폼으로 고객이 예약하다 보니 호텔에 자체적인 데이터가 쌓일 수가 없었습니다. 제3채널에 판매를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이 시기 우리는 오라클이라는 세계적인 사스(SaaS) 기업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게 저희 사업 확장의 기회였습니다. 사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뜻하는데요. 이 오라클 역시 호스피탈리티 사업 부문이 있습니다.
오라클의 기술을 메리어트와 아코르 등 전 세계의 많은 4·5성급 호텔 브랜드가 쓰고 있는데요. 그 덕에 오라클의 업무 통합 관리 시스템(Enterprise Resource Planning·ERP)를 쓰고 있는 호텔에 저희 기술을 쉽게 연동할 수 있게 됐죠. 호텔이 자체 데이터 수집을 필요로 하던 시기와 저희 기업의 사업 확장 시기가 맞물린 거죠.
생각보다 좋습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제게 중동의 모습은 삭막하고 낙후되고 사막밖에 볼 게 없는 이미지였습니다. 막상 아부다비에 와서 중동의 여러 국가를 돌아보니 인프라도 좋고 치안도 안전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의 관광 투자 수요가 엄청납니다. 다른 산업군이었다면 저도 중동에서 사업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중동에 지어지고 있는 4·5성급 호텔 수가 북미 지역보다 많습니다. 그 정도로 관광 사업을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기에 블루 오션이라고 생각해서 뛰어들었습니다.
지난해 사우디 국가 기술 개발 지원 프로그램(National Technology Development Program·NTDP)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저희가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 구축을 잘 해놓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중동 학술대회에 연사로 초청받아 다녀온 적도 있고요.
결정적인 건 많은 한국 기업이 중동을 바라보는 관점과 저희 H2O가 중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는 겁니다. 대부분 한국 기업은 ‘오일머니’가 넘쳐나는 중동에서 쉽게 투자받을 수 있을 거라는 꿈을 품고 오는데요.
중동에서 돈의 흐름이 풍부하다는 소리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회사가 아니어도 투자처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중동 경제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지를 내세우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관광 투자를 많이 하는 시점에 디지털화를 도울 수 있다는 것. H2O는 그 지점을 내세워 수요를 정확히 파악했던 거고요.
제가 중동 지역 사람들과 성향이 잘 맞았던 게 큰 거 같습니다. 사업이라는 게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게 중요하잖아요. 사실 중동에 가기 전 일본에서 4년 정도 사업을 했습니다. 솔직하게 일본에서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가 상대하는 회장님이나 대표가 대부분 나이가 많았는데 그 때문인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반면 중동은 정부 기관이든 기업이든 그곳의 우두머리가 대부분 어립니다. 심지어 장관 중에 88년생이 있을 정도로 젊은 피가 많습니다. 대다수 인물이 미국이나 영국에서 교육받고 오는데요. 저 또한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이들과 같은 세대였기에 대화를 나눌 때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국가별 스마트 체크인 맞춤화’를 연계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고객 신원을 확인하는 제도인 KYC(Know Your Customer)가 다 다른데요.
예로 한국에서는 신원확인 패스가 있다면 호텔 투숙 시 안내대에 가지 않아도 입실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아랍에미리트나 사우디는 안내대에 꼭 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국가별로 적법하게 H2O의 스마트 체크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국가별로 자주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호텔 입실도 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으로 호텔 입실이 가능하게 하고 일본에서는 라인으로 입실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더 편한 관광을 돕고 싶습니다.
살아남는 것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창업가분들이 공통적으로 좋은 회사를 정의할 때 이렇게 말하더군요.
‘좋은 회사는 살아남는 회사다’. 그때는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말인 거 같더라고요. 기회라는 것은 나의 현재 상황과는 무관하게 찾아옵니다. 그렇기에 결국에는 확률 싸움입니다.
짧게 살아남은 기업에게는 기회가 몇 번 오지 않습니다. 오래 살아남으면 기회가 찾아오는 빈도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H2O는 앞으로도 쭉 살아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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