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8 14:39:11
마린스키 입단 앞두고 또한번 쾌거 같은 대회서 韓무용수 대상 5번째 시니어 남·여 2위에 성재승·조수민 중3 박큰별빛은 주니어 남자 1등
발레리노 전민철(21)이 ‘발레 꿈나무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 대회 ‘2025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전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미 러시아 명문 마린스키발레단 입단을 앞둔 상황에서 콩쿠르에 출전해 거머쥔 쾌거다. 역대 이 대회 한국인 그랑프리 수상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발레 시니어 남자 부문인 전민철은 7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탬파의 스트라즈 센터에서 열린 YAGP 파이널 시상식에서 전 영역·연령대를 통틀어 올해의 대상에 호명됐다. 그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4학년으로, 오는 6월 마린스키에 입단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지난 18·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의 전막 ‘지젤’ 무대에서 주역 알브레히트 역할을 소화한 뒤 곧바로 콩쿠르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성과를 올렸다.
전민철은 압도적 신체조건·수준 높은 발레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기에 더해 2017년에 출연한 SBS ‘영재발굴단’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 당시 열세 살이던 전민철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 지망생으로 출연했는데, 아버지가 현실적 이유로 무용을 전공하는 것에 반대하자 “아빠 눈에는 내 행복한 모습은 안 보여?”라고 울먹이며 진심을 보여줬다. 이후 선화예중·예고와 한예종을 거쳐 세계적 수준의 무용수로 성장하자 대중의 관심이 한 몸에 쏠렸다.
그의 YAGP 출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학교 3학년생이던 2019년에 처음 나가 파이널까지 올랐으나 입상은 불발됐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처음 국제 콩쿠르에 나가 열정적인 또래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기 부여가 됐다”며 “상은 못 탔지만 파이널리스트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좋았고, 더 크게 꿈꾸며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2023년 이 대회에서 시니어 남자 부문 3위, 파드되 부문 1위를 수상했다. 앞서 이 대회 그랑프리 수상자로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2003),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012), 영국 로열발레단 솔리스트 전준혁(2016)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재학 중인 박건희(2024) 등이 있다.
이번 대회에선 전민철 외에도 많은 한국인 무용수가 입상했다. 시니어 파드되 부문 1등은 한예종 2학년 동급생인 성재승, 소하은에게 돌아갔다. 성재승은 발레 시니어 남자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시니어 남자 3위엔 김호연(ABT스쿨)이 올랐다. 또 시니어 여자 부문 2위엔 조수민(선화예고)이, 주니어 남자 부문 1위에는 박큰별빛(솔뫼중·한국예술영재교육원)이 이름을 올렸다. YAGP는 각 부문 톱 12를 선정하되 순위는 3위까지만 공표한다.
이 대회는 2000년 창설된 이래 매년 열리는 만 9~19세 발레 콩쿠르로, 세계 발레계의 신인 발굴 산실로 꼽힌다. 참가자들은 클래식 발레, 파드되(2인무), 군무, 컨템포러리 등 부문을 나눠 실력을 겨룬다. 올해는 전 세계 1만2000여 명의 참가자 중 예선을 거쳐 41개국 2000여 명이 결선을 치렀다. 이번 대회 심사에는 미국 ABT JKO스쿨의 스텔라 아브레라 예술감독, 영국 로얄 발레스쿨의 이안 맥케이 예술감독, 모나코 프린세스 그레이스 아카데미의 루카 마살라 예술감독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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