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 투명성 담보되고 법은 기득권자 보호막 아닌 약자들 마지막 기댈 곳 돼야 양극화 더욱 심각해진 시대 사랑·나눔정신 널리 퍼지길
올해는 우리나라가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된 지 80년을 맞는다. 기쁨도 잠시 1950년 한국전쟁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는 동족상잔의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 이 땅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계속했다. 서구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는 데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빨리빨리' 민족성 때문인지 그 기간도 단축하고 있다. 한국은 두 번의 현직 대통령 탄핵을 통해 민주주의의 아픔과 성장을 동시에 겪고 있다. 외국 친구들은 대통령의 탄핵이 오히려 민주주의 시스템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며 큰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라 위로한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성실함과 끈기, 인내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오늘날 우리가 발전된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선배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음을 늘 기억해야 한다. 특히 한국전쟁과 이후 우리를 위해 피 흘리고 폐허에서 복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나라들에 항상 감사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지금 우리들은 도움을 준 그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과학도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고,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상상 이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부터 2년여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은 바로 '나'의 문제가 됨을 체험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는 국가 간 관계에서 가장 실감 나게 드러난다. 물질주의에 빠져 국가 와 개인 이기주의의 행태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과학 문명은 놀랍게 발전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태초부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공감된다. 우리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따뜻한 인간성을 간직한 채 발전하고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에 중요한 조건은 투명성이다. 물론 모든 진실은 언젠가 어둠의 빛처럼 밝혀지기도 하지만 악의 세력은 거짓을 꽁꽁 숨기는 것에는 더 지혜롭고 뻔뻔하다. 금융실명제는 검은돈의 흐름을 많은 부분 차단하고, 인사청문회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일부분 제공해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검이 시행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투명성이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투명성은 정부, 국회, 법원 및 산하 기관뿐 아니라 모든 영리재단은 물론 종교와 문화 등 영향력과 규모가 큰 비영리단체에도 적용돼야 한다. 오늘날 같은 세상에 성역은 없다. 폐해가 극심한 거짓뉴스가 판치는 것도 투명성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법치국가에서의 모든 것은 입법을 통해 이뤄진다. 아무리 좋은 구호나 생각도 입법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법 없이 살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입법기관이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은 기득권자의 보호막이 아니라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보호장치가 돼야 한다.
셋째, 사랑의 나눔이 확산돼야 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의 경쟁은 결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그래서 서로 나누는 정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전 분야에서 심각해지고 있다. 인간은 공존하는 존재다. 사람들의 생각은 백인백색이지만, 양보와 규칙을 갖고 타협하며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공존의 가치는 종교나 사상 등을 초월한다. 우리들은 어려울수록 서로 돕고 나눠야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경험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방향의 삶을 잠깐만이라도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