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양식이다. 그 속에는 생명에너지, 정보에너지가 가득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 중 음식물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일부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은 햇빛에서 간접적으로 얻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햇빛을 손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그 고마움을 평소에 잊고 살고 있다. 산책길에서 피부 관리를 한다고 선크림을 너무 많이 바를 것이 아니라, 이마 쪽에 있는 우리의 인지 기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햇빛을 받게 하기 위해 모자를 벗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맞듯이
내 몸이 힘들고 우울할 땐
햇빛 주사를 자주 맞는다.
차가운 몸이 이내 따뜻해지고
우울한 맘이 이내 밝아지는
햇빛 한줄기의 주사
고맙다고 고맙다고
목례를 하면
먼 곳에 있는 해님이
다정히 웃는다
- 이해인 '햇빛 주사'
'햇빛 주사'라는 신조어는 이해인 시인이 창조한 메타포이고 멋진 문학적 표현이다. 어디서도 본 적이 없고 들어본 적도 없으니 신선하다. 그러면서도 금방 이해가 가고 눈과 귀에 쏙 들어오는 표현이다. "내 몸이 힘들고 우울할 땐 햇빛 주사를 자주 맞는다"는 시구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돼 '아! 그렇지'하고 금방 수긍하게 만든다. 이 시는 햇빛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우울한 마음도 치유해주는 특효약임을 새삼 가르쳐주는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필자의 경우 북향집에 살고, 천막교실, 햇빛이 잘 안 드는 교실에서 공부하던 초등학생 시절에는 자주 아프고 병약했다.
그 후에는 운 좋게도 학교도, 직장 사무실도 햇빛과 친숙한 곳이어서 건강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여가 생활도 등산, 걷기, 달리기 등 야외 활동이 중심이기에 햇빛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태껏 실내에서 하는 스포츠센터의 회원이 된 적이 없다.
어린 학생 시절, 젊은 시절부터 시작한 취미 활동이라서 딱히 의학적 상식이나 건강을 위해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몸에 맞고 좋아서 즐기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따스한 햇빛의 감촉, 눈부시게 찬란한 햇빛이 만들어내는 풍광을 사랑하고 있으며, 어떤 미술 작품도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식당에서도 막힌 방보다 넓은 홀을 선호하고, 실내를 어둡게 만드는 인테리어는 기피하고 있다.
복도를 걸어갈 때도
두꺼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나를
생명의 빛으로 초대하는
나의 햇빛 한줄기로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이러한 필자에게 이해인 시인의 햇빛 주사가 친근하게 다가왔으며, 시와 함께 걷는 시간이 더욱 감사하고 가슴 뿌듯한 시간이 되었다. 주변에도 햇빛 주사를 자주 맞으라 권유하고 있으며, 연말 모임에서 "건강하세요/햇빛 주사 맞으세요"라는 건배를 제의하는 등 이해인 시인의 '햇빛 주사'를 위한 홍보대사를 기꺼이 자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