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Move fast, Break things, Rebuild'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빠르게 움직여, 부수고, 다시 짓는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일론 머스크의 기업 운영 전략이라고 한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지진과도 같았던 정책의 변화와 실행 과정을 보면 이 표현이 적합해 보인다. 관세도 기존의 시스템을 뒤집고 부수는 'Break things'에 해당되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시스템을 부수고 바꿔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오래갈지, 얼마나 많은 것이 부서지고 바뀔지는 미지수다.
많은 미국인이 현재의 정책 실행 과정을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고, 정책의 성공보다는 실패가 가지고 올 후유증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는 나올 것이고 그 결과에 따른 'rebuild', 즉 재건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는 어떤 기회가 올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 진출은 제품 수출 혹은 미국 현지 생산을 생각할 수 있다. 현지 생산 시 필요한 기술인력의 유무가 중요하다. 미국은 주마다 생산인력과 기술인력이 다르게 분포하기 때문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의 분포를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주정부별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정책적 보조 유무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생산이라는 관점에서는 공정 자동화가 중요하다. 공정 자동화는 생산 지역을 결정할 때 지역의 제한을 벗어나도록 하는 선택의 자유를 줄 수 있다.
다음은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제품 특허권을 먼저 생각하지만 제조 노하우도 중요한 무형의 지식재산이다. 이러한 유·무형 지식재산을 미국 현지에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제품 생산 전 공정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지 투자가 이뤄지고 생산과 판매가 본궤도에 올라 본격적으로 투자의 과실을 맛보기 시작할 때 특허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를 적잖게 보아왔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증가하며 한국 기업들을 미국에 다 빼앗겨 버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 현지 진출이 한쪽이 얻으면 다른 쪽이 잃게 되는 일방적인 관계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영토 확장으로도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이 특수 LNG 선박 제조 수주 1등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이와 함께 그 특수 LNG선을 설계한 프랑스 회사에 상당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현재의 한국 상황에 적용해보면 훌륭한 지식재산권을 가진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기업에서 라이선스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3D 프린터가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같은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D 프린팅에서는 제조된 물건에 대한 특허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한 3D 프린터에 의한 제조 공정이 지식재산이고 핵심 자산이기도 하다.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식재산에 대한 라이선스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윈윈 전략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