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의로 시장 개방되면 외국 변호사 韓진출 늘어나 변호사 업무영역 확대하고 법률전문가 양성 제도 개선 글로벌 경쟁력 강화 힘써야
변호사 제도는 중앙집권적 왕권 체제를 일찍 확립한 영국에서 먼저 발전했다. 법원에서 소송을 대행하는 전문직이 13세기 중엽에 나타났고, 14세기에는 이들이 조합을 만들어 변론권을 독점했다. 국왕도 이 법률 전문가 중에서 판사를 임명하게 됐고, 이들이 법정변호사라 불리는 배리스터(Barrister)가 됐다. 15세기에는 당사자 주장을 서면으로 정리해서 배리스터에게 전달하는 솔리시터(Solicitor)라는 전문직이 생겼다. 유럽 대륙에서도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서는 영국과 유사하게 소송대리를 담당하는 법정변호사와 일반적인 법률 자문 등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변호사가 구분되어 발전했다. 프랑스에는 법정에서 소송대리를 하는 변호사인 아보카(avocat) 외에 소송을 준비하고 소송서류를 작성하는 아부에(avoue), 법률 문서를 작성하고 법률 자문을 하는 콩셀 쥐리디크(conseil juridique) 등 다양한 변호사 그룹이 존재했다.
유럽이 유럽연합으로 통합되면서 역내 법률서비스 시장도 개방됐다. 이에 따라 나라마다 다른 변호사 제도를 통일해야 했고, 회원국 내의 다양한 법률 전문직은 변호사라는 단일 직종으로 통합됐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은 여전히 배리스터와 솔리시터를 구분하고 있지만, 두 직역 사이에 존재하던 법관 임용 자격이나 업무 영역 차이 등 법적 구분은 폐지됐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법률시장을 개방해 왔다. 외국법자문사 제도가 도입됐으며, 외국 로펌이 한국 로펌과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은 외국 로펌의 합작법무법인 지분 취득에 상한선이 있고, 합작법무법인의 업무 범위도 제한돼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그 시행이 당분간 유예됐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7월 이후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의 상호관세는 각종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것이어서, 협의 과정에서 법률시장 개방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우리나라 변호사 제도도 상대 국가의 제도와 틀을 맞춰야 한다. 외국 변호사는 국내에서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등 변호사가 아닌 법률 전문직의 업무를 폭넓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변호사가 아닌 법률 전문직은 상대국에서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우리나라 변호사가 상대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제한될 수 있다. 법률 전문직의 업무 통폐합 문제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이유다.
우리는 법률시장 개방과 맞물려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모델로 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했고 변호사 수도 대폭 늘렸다. 법학전문대학원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률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설립됐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변호사시험 준비 기관으로 위축되는 모습이다. 대규모로 양성된 변호사도 대부분 좁은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법률시장이 개방되어 외국 변호사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 이런 경쟁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법률시장은 단순히 변호사들의 생존을 위한 시장이 아니다. 안정적이고 건전한 법률시장의 존재는 사법제도 전반의 원활한 운용과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다. 변호사 수 증가와 외국 변호사의 국내 진출에 대응하려면, 변호사의 업무 영역을 넓혀 법률시장을 확대하고 변호사의 해외 진출도 늘려야 한다. 법조윤리 강화와 법률시장 선진화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 제도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 단체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