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08 12:07:22
이재명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로 개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는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상속세를 아예 손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속세 공제 제도는 1997년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 5억원을 적용해 상속 재산이 10억원을 넘으면 상속세를 내야 한다. 상속세법은 2억원의 기초공제와 자녀(1인당 5000만원) 등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5억원) 중에서 큰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다. 자녀가 많지 않은 이상 일괄공제가 유리해 주로 일괄공제를 활용한다. 윤석열정부 시절 일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1인당 5000만원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유산총액이 아닌, 상속인별로 실제 상속받은 몫에만 과세해 세 부담을 낮춰주는 ‘유산취득세’ 도입도 더불어민주당 반발에 사실상 물 건너갔다.
상속세 공제액은 옛 기준 그대로인데 1997년 이후 집값은 2배 넘게 뛰었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웃돌아 과세 대상자가 넘쳐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2만1193명으로 2020년 이후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게 하겠다”며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 완화를 약속했다. 일괄공제 8억원, 배우자공제 10억원으로 올려 18억원까지는 걱정 없이 상속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 당선 후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전통 지지층 반발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부의 대물림’ 완화를 위해 상속세 감면 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자 세금’인 상속세는 이제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돼 부의 대물림과는 거리가 멀다.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힐 게 아니라, 낡은 세제가 중산층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할 때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2호 (2025.08.13~08.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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