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18 11:03:03
지난 16일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충격이었다. 논문 표절 의혹과 자녀 조기유학 등 그에게 제기된 문제에 속시원한 답은 둘째치고, 교육 현안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게 놀라웠다. 웃으며 대충 넘어가려는 모습에서 황당함을 넘어 무서운 전율과 소름마저 느꼈다. 교육 현실에 대해 이웃집 아주머니보다 못한 실력 밑천을 드러내고도 부득불 장관을 하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국가 교육대계가 이렇게 망가지나 싶어 황망하기도 하다.
청문회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자사고·특목고 폐지 여부, 영어유치원 필요성, 학력 저하 이유 등을 묻는데도 이 후보자는 아는 게 없다 보니 “신중해야 한다” 둥 외계인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질문 때마다 뒤에 앉은 교육부 공무원들이 다가와 설명을 해줘야할 정도로 현안에 대해 무지했다. 종이에 적힌 것을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읽기 바쁜 모습도 보였다. 조 의원이 본인 생각을 좀 말해보라고 보채자 “(청문회 준비로) 2주간 공부 많이 했다”며 노력했으니 좀 봐달라는 투의 말도 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놓고 해명인지, 변명인지 모를 그의 답변은 학계 반발만 증폭시켰다. 무엇보다 오랜 교육자라면서도 기본적인 교육 상식이나 신념, 소신 같은 게 전혀 안 보인 탓에 어쩌다 저런 분이 후보까지 됐는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대학총장이라면 실력과 깊이, 품위를 기대하는데, 이 후보자는 너무도 달랐다. 그를 보면서 혹시 지방대학 수준도 이 후보자 만큼이나 떨어져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커졌다. 총장이 저 지경이라면 그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어떨까 걱정도 든다. 며칠 전 지방국립대 교수로 있는 지인에게 요즘 그곳 상황을 물었을 정도다.
이 후보자가 가장 자신있게 한 발언은 서울대생과 지방대생 간 교육 지원금 차이가 크다는 정도였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주도해 장관 후보까지 올랐다니 그 이슈 만큼은 자신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본 지방대학 수준을 감안하면 서울대를 10개씩이나 만들어 혈세를 투입하는게 능사는 아닐듯 싶다. 실력이나 잠재력이 없는데도 돈만 쓴다고 대학 경쟁력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지 모른다. 지금은 오히려 과학기술 인재 유출을 막고 영입을 위해 최고급 인재들에게 차별화된 더 많은 보상이 필요할 때 아닌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데 나눠먹자고 하고 있으니 될 말인가.
이 후보자는 자녀 조기 유학에 대해 사과했지만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듯 싶다. 자녀를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려는 것을 탓할 국민은 거의 없다. 다만 본인 자녀는 중학교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시켜놓고 장관이 돼서 한국 공교육 혁신 얘기를 떠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돈이 없어 자녀를 외국에 못 보내는 학부모가 느낄 박탈감과 정의롭지 않은 세상에 대한 원망부터 헤아릴 일이다.
맹자가 말한 인간 본성인 사단(四端) 가운데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불의를 미워하는 것이다. 이 후보자에게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이 있다면 혹시나 하면서 버티고 있을 일이 아니다. 그에게 제기된 교육자로서 불편한 의혹들과 동료 교수단체 및 전교조의 임명 반대, 청문회에서 드러난 부실한 능력과 자질을 돌아보기 바란다. 대한민국 교육 수장을 맡기엔 너무 부끄럽고 모자라지 않은지. 장관 욕심에 혹시 대한민국 교육을 그르치는 대과(大過)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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