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19 21:00:00
새 정부 들어 전직 방산 업계 인사들이 “서로 시켜달라”며 탐내는 자리가 있다. 바로 한국항공우주(KAI) 사장이다. 강구영 전임 사장이 은퇴한 후 무주공산이 된 자리를 두고 온갖 인물이 달려드는 모양새다.
KAI 사장은 다른 공공기관장 대비 연봉이 2~3배가 높아 군인·공무원 출신 인사들 사이에선 최고 보직으로 꼽힌다. 올해 신임 사장으로 부임하는 이는 KF-21 개발·판매 업적까지 자기 치적으로 챙길 수 있다. 이번 사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과거보다 더 치열한 이유다.
그러나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는 명단을 보면, 이들이 과연 KAI를 이끌어갈 능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 항공·우주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와야 할 자리에, 정권과의 인연만 강조하는 인사만 넘쳐난다. KAI 노조원들이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명단을 공개하고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다’는 비판 성명까지 낼 정도다.
KAI는 엄연히 민간 기업이지만, 주요 대주주가 정부(수출입은행)인 탓에, 정권과 관련이 깊은 인물들이 사장 자리를 차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항공·우주 산업의 비전문가들이 회사를 이끌었다. 강구영 전임 사장은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KAI의 핵심 사업인 전투기 개발, 방산 수출 업무를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었다. 문재인정부 초기에 KAI 사장을 지낸 김조원 전 사장은 방위 산업과 관련이 전혀 없는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이었다.
비전문가들이 회사를 지휘하는 동안 KAI는 퇴보했다. K방산 열풍으로 국내 방산 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KAI는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도보다 하락했다.
KAI는 국내 항공우주 산업을 선도하는 회사다. 다쏘, 보잉, 록히드마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비전문가가 지휘할 기업이 아니다. 이번 사장 인선은 보은 인사가 아닌 ‘능력 인사’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8호 (2025.07.16~07.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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