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02 21:00:00
(30)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3개의 사과
전세계 화장품 ODM(Original Development & Design Manufacturing)
1위 기업 코스맥스. 업력(業歷)이 30년 조금 넘는데도 내로라하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제조는 대부분 코스맥스가 한다고 보면 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신화를 쓰고 있는 인디 브랜드를 주로 만드는 곳도 바로 코스맥스다.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24개의 화장품이 코스맥스 고객이다.
만 45세 늦은 나이에 창업한 이경수 회장은 유독 ‘3’이란 숫자와 인연이 깊다.
첫째, 80 평생 살면서 잘한 일이 뭐냐고 물으면 세 가지를 꼽는다. 둘째, 사업을 시작하면서 3번의 기회가 찾아왔고 이를 성공의 모멘텀으로 잡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맥스를 상징하는 로고는 3개의 사과로 구성돼 있고 각각의 사과마다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져 있다. 해외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갈 때 기념품점에서 사과 모형이 있으면 반드시 사서 그의 사무실 옆 선반 위에 전시해 놓는다.
첫 번째 잘한 것 세 가지는 ▲어렵사리 서울대학교 약학과에 들어간 것 ▲지금까지 사업 파트너이자 현재로는 보스에 해당하는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지주회사) 회장을 3년을 쫓아다녀 정말 어렵게 결혼한 것 ▲이전 직장(대웅제약)에서 이사 2년, 상무 6개월, 전무 1년 하고 사장 제의 받았는데 그거 사양하고 창업한 것.
두 번째 코스맥스를 경영하면서 본인에게 찾아온 세 번의 기회를 잡은 건 ▲2000년대 초반 미샤, 더페이스샵 같은 브랜드숍이 등장했을 때 그들 제품을 내가 만들어주겠다고 나선 것 ▲화장품의 불모지였던 중국 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한 일 ▲판교에 연구혁신센터와 온라인 마케팅 전담팀을 갖췄을 무렵 인디 브랜드가 출현한 일이다.
그리고 코스맥스의 경영이념을 상징하고 회사 로고에 담은 세 개의 사과.
“인류 역사를 바꾼 사과 3개가 있는데 하나는 이브의 사과, 둘은 뉴턴의 사과, 셋은 아프로디테의 사과. 이브의 사과는 인간에게 선악을 가르친 도덕의 사과입니다. 신의성실의 자세로 고객과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정직한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입니다. 뉴턴의 사과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한 과학의 사과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연구하는 기업을 추구하겠다는 정신을 담았습니다. 아프로디테의 사과는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바친 사과를 의미합니다. 전 세계인에게 아름다움, 건강을 제공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이 회장은 “각각 바름과 다름과 아름”이라며 “기업은 바르게 경영하고, 기술은 (남들과) 다르게 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자 하는 코스맥스의 경영이념”이라고 설명한다.
아름을 추구하는 것은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으로서는 업(業)의 본질에 해당된다. 그는 “이 아름의 정신은 바름, 다름과 어울려 코스맥스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핵심 가치”라고 설명한다.
바름에서 이 회장이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그건 작은 부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엄격하게 자신을 관리하라는 것. 그는 “이런 경영 정신을 전 직장인 대웅제약 창업자 윤영환 회장에게서 배웠다”고 고백한다.
다름은 사실 코스맥스를 오늘날 세계 1등으로 만든 대들보 같은 정신이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알 수 있다. 상상 초월. 5%가 넘는다. 2011년 화성에 있던 본사를 판교로 옮긴 이유도 우수한 연구인력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손현덕 기자]
[‘내 인생의 오브제’ 연재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6호 (2025.07.02~07.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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