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X(옛 트위터) 계정에는 '퍼온글'이 올라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본인 SNS에 LA 시위와 관련해 "주지사와 LA 시장이 시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올린 글을 캡처한 내용이었다.
머스크는 이틀 전까지 아르헨티나 정부 긴축재정 성공 사례를 리트윗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방안을 비꼬았던 것과 달리 트럼프 편을 들었다. 트럼프 공격 게시물도 대거 삭제했다. 이에 며칠째 머스크를 상대로 불을 뿜었던 트럼프도 누그러졌다. 트럼프는 "나는 그(머스크)가 잘 지내길 바란다"면서 마약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세계 최고 자산가와 세계 최고 권력자의 설전이 수일간 이어지니 새우 등이 멀쩡할 리 없다. 비트코인은 지난 5일 10만15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10만9900달러 선을 회복했고, 테슬라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다 4.6% 상승했다. 지난달 말 머스크가 대통령 자문단에서 물러나고, 트럼프가 머스크가 추천한 NASA 국장을 지명 철회하면서부터 겉으로 드러난 균열은 "(감세법안이) 역겹다" "(머스크는) 정신 나갔다"는 막말과 함께 파국으로 치닫다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캠프에 3억달러(약 4077억원) 가까이 지출한 최대 지지자다. 트럼프의 정부 감축, 규제 철폐 기조에 머스크가 동조하면서 트럼프는 테크업계와 젊은 남성 유권자 표를 얻었다. 이들이 갈라서면 트럼프는 이 그룹 표심과 중간선거 자금을 잃고, 머스크는 정부 계약을 날려 사업 리스크를 지게 된다.
챗GPT에 브로맨스를 검색하니 셜록 홈스와 존 왓슨, 손흥민과 해리 케인, 토르와 로키가 떴다. '단순한 친구를 넘어서는 애정 어린 유대'를 갖고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지지하는 관계'란다. 머스크와 트럼프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비즈니스 파트너였으니, 브로맨스 운운할 필요는 없겠다. 계산서를 두드린 두 사람은 며칠 뒤면 또 다른 게시물을 올릴 것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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