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7 08:29:03
윤석열 정권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이재명을 감옥 보내려다 잘 안되자 제풀에 넘어진 검사 정권’으로 정의하고 싶다. 윤 정권은 ‘나쁜 이재명’에 기대 정치를 엉망으로 했다. 급기야 상대가 이재명이기 때문에 계엄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듯한데 물론 오판이었다.
윤 정권은 국회에서 이재명을 상대로 두 번 체포동의안을 시도해 첫 번째는 실패하고 두 번째 성공했다. 그런데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대장동 등 두손으로 셀 수도 없는 혐의를 파고 또 팠지만 이재명이 돈을 먹거나 결정적으로 개입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실패한 이재명 전문가’인 한동훈을 등판시켜 총선을 ‘이재명 심판’ 구도로 치르려 했으나 자신들이 심판당하고 말았다. 한두집 진 것도 아니고 만방으로 졌다. 선거법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오자 이재명이 위태로워 보였다. 여기에 위증교사 혐의까지 유죄로 나오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불가론’이 분출할 가능성이 있었다. 국민의힘은 ‘위증교사는 더 빼박’이라며 ‘이재명 빠이빠이’를 준비했다. 그러나 1심 무죄! 이재명은 또 달아났다. 그로부터 8일 후 계엄이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재명을 잡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윤의 자멸적 충동을 부른 것은 아닐까. 이어서 선거법 2심 무죄. 이재명은 더 멀리 달아났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잡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정치혁명을 해서 이재명식 정치를 구시대 정치로 넘겨버리는 방법이다. 이재명이 감옥에 가고 안 가고는 역사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윤은 그런 그릇이 못됐고 배운 도둑질인 ‘잡아 처넣는’ 기술만 계속 걸다가 순식간에 되치기당했다. 윤석열은 이재명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법원은 이재명 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 결론을 6·3 대선 이전, 될 수 있으면 대선후보 등록 마감인 5월11일 이전에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국힘은 또 귀가 솔깃해졌다. 혹시나 유죄취지 파기환송이 나올까 기대하는 것이다. 법원에 운명을 맡기고 그때 마다 헛물켜는 패턴이 대선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면 2심 재판부에서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파기자판 가능성은 없다. 3월 30일자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 나올지 말지는 파기환송심에서 결정한다. 즉 대법원의 결정은 이재명 후보의 대선 출마에 변수가 되지 못한다. 혹자는 ‘이재명에 대한 불안감을 환기해 감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그럴 것 같지 않다. 이재명을 찍겠다는 사람 중에서 그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진지하게 말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돈을 먹었냐. 사람을 죽였냐’고 되묻는다. 이재명을 찍을 일이 없는 사람들만 ‘100만원 이상 or 이하’를 따진다.
국힘이 경계해야 할 것은 무죄 확정보다 유죄취지 파기환송이다. 무죄가 확정되면 이재명 대세론 밥상을 채우는 여러 반찬에 한 접시가 더해질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힘의 선거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죄취지 파기환송은 다르다. 그 순간부터 선거는 이재명 후보의 출마 자격을 둘러싼 시비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무슨 의미인가. 국힘이 차리는 밥상이 안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오직 이재명 밥상을 그대로 받느냐, 걷어차느냐의 선택만 남는다. 그렇게 흘러갔을 때 걷어차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 기대한다면 참 터무니없다. ‘이재명 불가론’보다는 동정론에 입각한 결집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살림살이가 곤궁해도 자기 밥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만에 하나 파기환송 결정이 나더라도 국힘은 의연해야 할 것이다. 출마자격 시비로 프레임을 짜면 윤 정권의 소극이 되풀이될 뿐이다. ‘어떻게 이재명 같은 인간이’ 하면서 바보가 성낼 때 마다 상대는 ‘바보’ 하면서 달아나 버리는 그 소극 말이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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