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3.07 21:00:00
기업공개(IPO)의 시작은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다. 일반적으로 RFP에는 ‘증권사 IPO 트랙 레코드’ ‘인력 규모 등 IPO 부문 역량’ ‘국내 IPO 동향 분석’ 같은 기본 요청 자료와 일종의 상장 컨설팅 요청이 담긴다. A기업의 적정 상장 시점은 언제라고 보는지, 또 밸류에이션은 얼마로 판단하는지 등이다. 하지만 요즘엔 한 가지 요청 사항이 덧붙여지고 있다. 중복상장 이슈 대응 방안이다.
최근 LS그룹 계열사 KOC전기도 해당 내용을 요청하는 RFP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 LS일렉트릭의 자회사이자 지주사 LS의 손자회사인 만큼 중복상장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LS그룹은 중복상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OC전기를 빼더라도 상장 준비 중인 계열사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주사 LS의 고손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 절차를 밟고 있고 LS이링크와 LS이브이코리아, LS엠트론도 상장을 고민 중이다. 이 관계자는 “얼핏 보면 증권사에 변명 거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꼴 아니냐”며 토로했다.
시장을 설득할 만한 변명 거리가 있는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 앞서 상장한 LG CNS가 대표 사례다. LG CNS는 지난 1월 IPO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LG CNS는 1987년 미국 EDS와 합작해 만들어진 회사로, 지주사 LG에서 물적 분할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중복상장을 한다고 볼 수 없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시장에선 공허한 외침으로 받아들였다. 지분 관계가 얽힌 계열사의 중복상장 자체가 디스카운트로 이어지고, 이해상충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LG CNS와 지주사 LG의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개인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LG CNS 주가는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공모가(6만1900원)를 넘지 못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9호 (2025.03.05~2025.03.1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