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30 17:50:00
구소련 출신이 운영하는 CU 최근 서울 관악구서 문 열어 고속 성장 멈춘 편의점 업계 외국인 유치하며 활로 모색
한국 인구 100명 가운데 외국인이 5명을 차지할 정도로 ‘대한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생활 밀착형 시설인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1호 외국인 점주가 등장했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주에 대한 신뢰도나 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외국인 점주를 꺼렸는데, 재외동포 등 외국 국적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이날 서울 관악구에 옛 소련 지역 거주 동포인 고려인이 운영하는 CU 편의점 1호점의 문을 열었다. 국내에서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이 편의점 점주로 창업하는 것은 처음이다. 해당 점주는 재외동포(F-4) 비자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BGF는 지난 5월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KGN)와 ‘고려인 동포의 경제 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고려인 가맹점주를 유치하게 됐다. 이 협약을 바탕으로 BGF리테일은 지속적으로 고려인 가맹점주 매장을 늘려 갈 계획이다. 특히 고려인의 경우 가맹비 중 약 35%을 면제해 초기 부담을 완화하고 별도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는 고려인을 대상으로 창업 희망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BGF는 장기적으로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창업 비자(D-8 비자)를 받은 외국인을 점주로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외국인이나 재외동포 관련 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추진해 다양한 계층의 가맹점주를 모집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외국인 및 재외동포 등을 대상으로 창업설명회를 열어 창업 정보와 컨설팅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가맹 희망자의 신뢰도 조사나 정보 접근 등에 대한 문제로 한국인이 가맹점주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인의 외국인 배우자나 영주권 소지자 등이 편의점을 창업하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 매우 드물었다. 특히 BGF처럼 협약 등을 통해 본사가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BGF의 시도는 인구 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정 비중은 2021년 7.2%, 2022년 9.1%, 2023년 10.6%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흐름에 맞춰 재외동포 및 다문화가정 구성원에게 편의점 창업 기회를 제공하며 가맹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지역의 고려인은 약 50만명인데, 국내에만 약 12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법무부가 집계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65만명으로 100명당 5명꼴이다.
외국인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은 편의점 업황과도 연관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편의점 점포는 총 4만8003개로 지난 1월(4만8724개)에 비해 700여 개 감소했다. 4월부터 점포 개수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가맹점주를 모집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재외동포 및 외국인인 셈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