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14 13:15:21
위기에 더 강해지는 달러 패권 사이클
달러는 전 세계 외화보유고의 60%, 국제 대출과 예금의 60%, 국제 채권과 기타 부채 증권의 70%, 스와프 등 외환 거래의 90%, 국제무역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만 해도 수출 대금의 90%가 달러로 청구된다. 한 마디로 세계 경제는 달러로 통합된 상태다. 물론 최근에는 기축통화로서 달러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브릭스(BRICS)가 주도하는 ‘탈(脫)달러’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고, 트럼프 행정부는 아예 대놓고 스테이블코인(기존 화폐의 시세를 추종하는 암호화폐)을 밀어주는 모양새다. 중국이 앞장서서 도입한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디지털 화폐의 새로운 지평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의 패권은 유지될 수 있을까. 경제 저널리스트이자 금융 논픽션 작가인 폴 블루스타인은 달러가 걸어온 지난 100여년의 여정 속에서 그 답을 찾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달러의 견고한 기반과 대체 통화, 최신 디지털 화폐의 낮은 신뢰성 때문에라도 달러의 지배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유는 이렇다. 달러는 누구나 언제든 사고팔 수 있으며 수많은 거래에도 가격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유동성을 지녔다. 이런 유동성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은 신용카드 결제부터 국가 간 대규모 송금까지 달러로 중개하는 청산은행간결제시스템(CHIPS)이다. CHIPS는 세계 곳곳의 ‘배관’ 역할을 한다. 또 달러로만 석유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한 미국과 사우디의 협약, 이른바 페트로달러는 달러를 배관을 타고 흐르는 마르지 않는 ‘물’로 만들었다. 저자는 배관, 마르지 않는 물, 여기에 철저한 감독기관인 ‘연준’까지, 이들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춘 통화는 아직까지 달러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론 달러 패권에도 아킬레스건은 있다며 최근 미국의 행보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살펴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압박과 연준의 독립성을 공격하는 제스처가 잇따르는 모습을 경고한다. “미국의 법정 통화면서 동시에 국제 통화인 달러를 미국 마음대로 다뤄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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