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14 13:15:11
왜 우리는 ‘속할 집단’에 집착하는가
오늘날 세계는 극단적인 사회 분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소통이나 협력이 불가능한 존재, 때로는 분노, 경악,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보는 풍조가 만연하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 사회 갈등을 넘어 민주주의 제도 존속을 위협한다.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사회 모습을 두고 많은 전문가는 자기가 속한 집단만 우선적으로 챙기는 ‘부족주의’, 부족주의가 더 심화돼서 자기 집단만 옳다고 생각하는 ‘독성 부족주의’ 탓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을 향한 원초적 증오가 표면화되어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 이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부족주의는 정말로 극단적 사회 분열과 대립의 원흉일까.
책의 저자이자 저명한 문화심리학자인 마이클 모리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위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는 “ ‘우리(Us)’ 본능이 필연적으로 ‘그들(Them)’에 대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흥미로운 주제지만 진화론이나 심리학의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히려 부족주의가 협력과 화해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동료를 따라하고, 영웅을 본보기로 삼고, 전통을 계승하려는 부족 본능이야말로 인간만의 특징이며 막강한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부족주의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저자는 수백만년 전 선사 시대부터 21세기 현재까지 인류 진화의 역사를 가로지른다. 역사, 대중문화에서 정치, 비즈니스까지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사례로 ‘부족주의’의 저력을 입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영웅 거스 히딩크를 거론한다. 히딩크는 한국 대표팀을 이끌 때 선후배가 한방을 쓰도록 하고, 존댓말 사용을 금지하면서 ‘동료 본능’을 자극했다. 호주 대표팀에서는 이기적인 스타가 팀의 이익에 봉사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조정하며 ‘영웅 본능’을 일깨웠다.
저자는 인간을 단지 ‘사회적 동물’로 정의했던 기존 인식을 넘어, ‘부족적 동물(tribal animal)’이라는 새로운 틀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단지 개념의 전환이 아니라, 분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협력과 화해의 전략으로서 부족 본능을 되살릴 것을 촉구한다.
특히 오늘날 인간이 직면한 문제는 상당히 거대하다. 기후위기, 민주주의의 후퇴, 기술로 인한 분열 등은 더 이상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저자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대해 인류가 부족 안에서 함께할 때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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