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6 07:40:25
아모레 필두 K패션·뷰티에 해외 유명브랜드 속속 집결 美에스티로더 향수 브랜드 르라보 플래그십숍 곧 오픈 탄핵충격 회복, 외국인 북적 한옥 결합한 체험성지 우뚝
지난 22일 찾은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거리.
따뜻한 봄 날씨에 한복을 입고 설화수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이곳 중심에 자리한 100년 가까이 된 한옥 ‘북촌 설화수의 집’에선 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도슨트 투어가 한창이었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 케이트와 맬 씨는 “북촌 거리를 걷다 멋진 한옥 건물에 이끌려 들어오게 됐다”며 “설화수는 원래 즐겨 쓰던 브랜드인데, 역사 이야기를 듣고 구매까지 할 수 있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설화수의 집은 전통 한옥 구조에 전시·구매·향 체험이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하루 300명 이상 방문한다. 요즘 진행하는 향 체험 클래스는 접수 5분 만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됐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북촌 한옥마을이 성수동과 한남동에 이어 K뷰티·패션을 알리는 ‘체험형 쇼핑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25일 패션·뷰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안국역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 한옥과 연계한 주요 브랜드의 체험형 마케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도슨트 운영과 문화 전시, 한정판 굿즈 등으로 국내외 방문객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북촌 한옥마을의 월 결제금액은 지난 1월 19억원대에서 지난달 25억7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달 1~23일 22억300만원으로, 이달 말까지 30억원대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탄핵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확실히 회복한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신규 매장들이 들어서며 상권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작년 12월 북촌에 문을 연 뷰티 편집숍 ‘와이레스’에는 주말마다 1000명 넘는 방문객 몰리고 있다. 브랜드 ‘가히’ 운영사 코리아테크가 새롭게 선보인 공간으로, 신진 K뷰티 브랜드들을 테스트해보고 전문 직원에게 무료로 ‘퍼스널컬러’ 검사도 받을 수 있어 인기다.
해외 브랜드도 북촌 진출에 적극적이다. 에스티로더그룹의 향수 브랜드 ‘르라보’는 북촌에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기존의 탬버린즈 매장, 다양한 향수 공방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까지 들어서며 북촌이 ‘향 마케팅’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아디다스도 앞서 지난해 8월 ‘북촌 헤리티지 스토어’를 오픈하며 한국적인 색을 입힌 단독제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뉴발란스와 닥터마틴도 한옥 건축을 활용한 매장을 운영하며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전시 등 체험형 콘텐츠로 특별한 쇼핑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북촌에 쇼룸을 운영하며 외국인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앤더슨벨, 호와스, 아쎄르, 투티에 등 브랜드 매장이 북촌의 주요 쇼핑 코스로 언급되며 발길을 이끌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은 기존 성수동이나 한남동 같은 쇼핑 성지와 달리 ‘서울의 전통’이라는 특성을 내세워 체험형 공간 마케팅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한옥마을 거리에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방문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북촌은 다른 지역 매장과는 다르게 브랜딩 목적의 플래그십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도심 한복판에서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체험형 공간 마케팅에 최적화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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